아내는 용케 알아봤다. 연꽃공원의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두렁길에서 아내의 눈썰미는 빛났다. 함께 하와이안 우쿠렐레를 치던 언니의 남편을,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본 사람을 바로 알아봤다. 언니는, 남편과 찍은 사진을 메신저로 종종 보내왔다고 아내가 얘기해 주었다. 또 언니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 또한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고 했다. 또 때마침 언니의 남편은 프로필 사진 속 입은 히비스커스 문양이 들어간 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무튼 아내는 함께 우쿠렐레를 배운 친한 언니의 남편을 용케 알아봤다.
언니의 남편은 급하게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누구 씨가 지금 이 연꽃공원에 왔어, 지금 여기 있어. 남편도 같이 있어. 언니는 종종걸음으로 남편의 위치로 왔다. 그 사이 아내가 내게 말해주었다. 언니가 당신 팬이야, 당신 책을 다섯 권이나 사주었단 말이야. 더 사려는 걸 내가 말렸어. 우리에게 온 언니는, 내게 언제 새 책이 나오냐고 물었고 내 건강 걱정을 했다. 고마웠다. 낯을 가리는 나를 배려해서인지 아내는 곧 언니와 인사를 하고 두 부부는 곧바로 헤어졌다.
은퇴 후의 그 언니네 부부는 거의 매일 아침 일찍 연꽃공원에 와서 산책을 한다고 했다. - 생각은 그랬다. 읽어주시는 주위분들을 위해서라도 뭔가를 써야겠다. '릭 루빈 Rick Rubin'의 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책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하지만 최근 내 몸은 도무지 다시 젊어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이들이 모두 취업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럴지도 모른다. 아, 릭 루빈은 핑계를 대지 말라고 했지.
내가 쓴 글을 읽은 분을 만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우리 부부를 알고 있는 분들을 만난 것도 신기하면서 좋았다.
아, 나는 늘그막에 사회적 인간이 되는 걸까. -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