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표가 날 괘씸하게 생각할진 모르지만 나는 모 대표를 통해서 그 사모를 짐작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모를 만났다. 사모의 태도는 남편과 꼭 닮아있었는 데다 또 마치 부부의 영혼은 서로 나눌 수 없다는 듯 남편과의 다른 면모조차도 그럴싸하게 하나의 캐릭터 같았다. 일심동체까지는 아니지만 본래 하나였다던가 언젠가 하나가 될 것만 같은 두 사람으로 이해되어 버렸다.
나와 인사를 나누는 내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는데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사모의 선글라스는 남편의 허세처럼 몸과 정신에 들러붙은 부산물처럼 느껴졌다.
아내와 함께 시흥에 간 날, 하늘은 쨍하진 않았지만 구름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이 비친 도랑물을 보고 있으니까 그 하늘이 또 구름이 담겨있었다. 하늘이나 구름에 강물과 바다가 비치진 않으니까 서로를 비춘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틀림없이 모종의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지 않을까?
나는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스트레스의 순간에 '흐르는 물'을 떠올린다. 물론 나의 정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한날은 그 물이 고요하고 신비롭게 마치 장노출 사진처럼 눈앞에 떠 있고, 또 다른 한날은 크고 매끈한 바위 사이를 과격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랬지만 물 위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을 나는 떠올리지 못했다.
물의 이미지는 아마도 '수렴'이 아닐까? 모르긴 몰라도 천둥이 치는 하늘도, 와라락 폭우를 뿜어내는 하늘도, 요동치며 바람을 쏟아내는 하늘도, 물은 한결같이 묵묵히 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흐르는 물'이 들어간 표제의 노래와 영화, 책을 좋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