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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은 춥고 배고팠다. 이태원에선 모두들 움츠렸다. 지금은 공용주차장이 된 회사 옆 넓은 부지에는 회사 이름과 같은 교회가 있었고 한강진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저명한 게이바가 있었다. 해밀턴을 지나 녹사평으로 가는 길에는 짝퉁을 파는 가게가 즐비했다. 사람들은 이태원을 서울 속의 오지라고 불렀다. 회사가 있는 건물은 본래 백화점이었다. 보다 더 이전 그 자리는 효수터였다. 망나니들이 칼춤을 추던, 아 그 칼춤의 정서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런 자리 말이다. 녹사평 쪽에서 회사를 향해서 칼바람이 불어오곤 할 때마다 '이태원', 이민족의 씨를 밴 여인네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동네의 지명이 떠오르곤 했다. 그날도 바람이 차가웠다. 외근에서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내 발음 때문에 택시는 제일교회에 나를 내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