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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Oct 11. 2021

프리랜서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

막연한 미래에도 겁내지 말고 건배!

도전을 하려면 어떤 한 가지는 과감히 포기해야 합니다. 저는 라디오에 도전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과 월급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한 시간대에 라디오 하기는 불가능했으니 하나를 선택하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했죠. 처음에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월급 포기하기 어려웠죠. 다달이 나오는 월급에 인센티브, 보너스를 포함해 회사 복지도 누릴 수 있는 게 많았고, 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경력도 쌓아왔거든요. 그걸 다 버리고 제로(0)로 새로운 시작을 하려니 조금 고민이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하니 인생이 재밌어지려는데 말이에요.




단기간(1년)에 라디오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게 마냥 몇 년이 걸릴 줄은 몰랐죠. 라디오를 시작한 지 반년이 조금 넘었을 때, 문득 내년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2020년 달력을 보는데 넘길 종이가 몇 장 안 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괜히 남은 달력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가늠해봤습니다. 이제 곧 내년이 오겠구나.



처음에 라디오를 할 때 1년을 아무런 보상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약속한 1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 이른바 ‘현타(현자타임)’가 왔습니다. 이거, 이거, 어떡하지.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라디오를 할 수 있을까. 직장 다닐 때는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고, 여행도 가면서 부모님 선물도 턱턱 해드렸는데 라디오를 하게 되면서 초반에 수익이 많이 없으니 소비도 줄이고 되도록 미니멀하게 살았거든요. (어차피 미니멀한 삶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이 생활을 계속 내년까지 할 수 있냐고, 자신에게 물어봤더니 마음속의 저는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뒷걸음질 친 속마음은 '1년을 해보고 안 되면 직장이라도 다시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프리랜서를 하는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친구에게 요즘의 상황과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프리랜서 하면서 1년에 4번은 다시 직장 다닐까 고민했었다. 그러니까 분기별로 한 번씩 고민이 들었던 거지. 그런 고민은 프리랜서에게 다 오는 것 같아.


그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내가 1년이라는 시간만 투자한다는 게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인생은 길고, 과감히 도전하기 위해 포기했다고 하면 조금 더 질기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걸음질 친 나약한 제 모습도 있지만 다른 자아는 나약한 저를 끌고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자아를 붙잡으며 또 다른 진취적인 자아가 같이 나아가는 거죠.


요즘은 성공한 예술가, 창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면서 힘과 지혜를 얻고 있습니다. 영화감독 및 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책 <창작자들>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읽었어요. 많은 작품을 만들어 낸 임순례 감독은 책을 통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화감독은 평생의 업으로 삼기에는 굉장히 리스크가 큰 직업이지만 그 결정을 내린 뒤로 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말은 쉽게 했지만 졸업을 하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 12년이 걸렸어요. 자그마치 12년인데 그 세월 동안 불안한 순간이 왜 없었을까요.

이 세상에 여러분보다 여러분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스스로의 인생을 맡기지 마세요.


임순례 감독의 단단한 마음과 그간의 노력이 책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직업으로 성공하기까지 쉽지 않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순간도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강하게 믿었기 때문에 지금의 임순례 감독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저 또한 평생 업으로 삼기에 불안한 직업에, 하는 과정에서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콘텐츠 창작자는 1개를 만들고 또 1개를 만들면 2개가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10개를 만들면 1개가 될 수 있고, 100개를 만들면 70개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떤 콘텐츠가 잘 만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 없었죠. 그러니 어떤 사람은 1년을 해도 잘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10년을 해도 잘 안 될 수 있습니다. 4년을 일하면 대리가 되는 직장과 달리 프리랜서는 성공 여부를 수치로 정할 수 없어 미래가 막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내년에 라디오가 잘 안 되도 계속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바로 내렸습니다. 안 되긴 왜 안 돼, 되게 하면 되지! 1년을 하고 안 돼서 포기한다면 1년의 시간은 너무 아깝잖아요.


그리고 포기하기엔 아직 라디오 하는 게 참 좋고 재밌습니다. 얼마 전 환절기로 인해 자고 일어나니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했습니다. 가뜩이나 저혈압에 빈혈도 있어 혈액순환이 안 되는데 면역력이 떨어져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이었죠. 하루종일 환자처럼 쉬어야 하나, 싶었는데 다시 기운을 차리니 회복됐습니다.


크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천천히 쉬면서 있다가 라디오할 시간이 되서 라디오를 켰는데, 처음에는 가라앉아있던 목소리가 라디오를 하면서 점점 활기를 찾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건강해져 있더라고요.



역시나 사람은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야 하나 봅니다. 아직까지 제 팟캐스트 제목은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입니다. 훗날 제가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제목을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지 않으려고요' 또는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지 마세요'로 바꿀지도 몰라요.


장난이고요, 저는 계속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렵니다. 저를 믿으세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일하면서, 같이, 살아요!



◎ 고민이 들 때는 줄리의 라디오 편지


안녕하세요, 라디오 DJ줄리입니다.

<편지 전해 줄리>는 당신만을 위한 라디오 편지 서비스입니다.

편히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께 마음을 다해 라디오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라디오에 보내지 못했던 사연도 좋습니다.


DJ줄리가 프라이빗하게 당신만을 위한 라디오 편지를 보내드릴게요. 편지 안에 QR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하면 DJ줄리가 보낸 편지를 오디오로 들을 수 있고, 영원히 간직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읽고 또 귀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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