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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라디오 Nov 01. 2021

부모님께 퇴사하고
라디오를 한다고 말씀드렸다

과연 부모님의 반응은?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한 글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직업을 바꾸는 가장 많은 나이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저도 20대 초중반부터 직장을 다니다가 20대 후반에 새로운 직업인 라디오 DJ가 하고 싶어 직업을 바꿨습니다. 다른 일을 도전해보기에 늦은 나이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곧 다가오는 30대, 40대, 50대에도 쭉 일을 할 것은 맞으니, 20대에 다른 직업으로 바꾼다고 해도 괜찮았습니다. 꼭 20대여서가 아니라 인생에 늦은 나이란 없잖아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그래도 줄리님은 20대라서 그렇죠, 저는 그보다 나이가 더 많고 이미 직장도 오래 다녀서 안돼요"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니, 왜 어때요? 박막례할머님은 70대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하고 싶으면 후회없이 도전하는 거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직업을 바꾸고 나서 바로 부모님께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하실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걱정을 하실까봐 천천히 자리를 잡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어떤 일을 하든 늘 응원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그게 무엇이 되었든 화들짝 놀라면서 반대를 하실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전까지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일을 다니다가 새롭게 일을 시작하니 준비 과정도 필요하고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니 안정된 후에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나, 퇴사하고 라디오할 거야!"라고 하면 제가 부모라도 걱정될 것 같았거든요. (라디오 하는 건 좋은데, 라디오를 어떻게 하겠다는 거니) 그래서 조금 뒤에 말씀을 드렸죠.


직업을 바꾸면 가장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직업이 바뀐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굳이 알려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레 만나다보면 이야기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 옵니다. 같은 시간에 직장을 다니다가 출퇴근하는 시간이 바뀌었다거나 모두가 쉬는 공휴일에도 쉬지 않는 걸 보면 분명 다른 일을 하는 거잖아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본가에 갔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밤에 집에 돌아오거든요. 일요일 밤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거실에서 제게 묻는 겁니다.


"줄리야- 너도 내일은 쉬지?"



앗차, 다음날인 월요일이 공휴일이었던 겁니다. 저는 공휴일 없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 프리랜서다보니 직장다닐 때와는 다르게 공휴일 개념이 사라진 거예요. 조금 어색하게 "어-맞아, 쉬지."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본가를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죠. 거짓말하면서 편히 살지는 못한다. 본의 아니게 직업을 바꾼 걸 거짓말 한셈이 되었습니다.


라디오가 정착되면 말씀드려야지, 드려야지 싶다가도 언제 타이밍을 잡을지 몰랐습니다. 특히나 엄마는 저와 대화도 많이 하고, 제가 집에 가면 엄마가 저를 잘 찾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저를 말없이 쳐다보는 겁니다. 그래서 왜 쳐다보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조용히 이렇게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줄리, 요즘 회사는 힘드니? 다닐만 해?"


아-? 왜 저한테 갑자기 그런 질문을 했을까요. 저는 늘 집에서 낙천적이고 발랄한 딸이었습니다. 집에만 오면 이렇게 저렇게 장난도 치면서 대화도 잘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조용했나봅니다. 아무래도 라디오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라디오가 뜻하지 않게 조금 어려워 얼굴에 근심걱정이 있었나봅니다. 숨기려고 해도 마음은 표정에서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그걸 알아본 엄마는 매주 주말마다 저에게 회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회사는 어떠니.



그러다 엄마한테 라디오를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그렇구나. 나는 줄리가 회사를 안 다니나 싶었어~" 그리고 라디오는 어떻게 하는지만 간략하게 물어봤습니다. 엄마는 핸드폰으로 유튜브는 즐겨보셨어도 라디오를 하는 건 듣지 않으셨는데 그럼에도 라디오에 대한 질문은 더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차안에서 말씀드렸었는데,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마트에서 장을 보시면서도 저에게 하나둘씩 말했습니다. "그럼 라디오는 집에서 하는 거니?", "그럼 집에서 음식 만들어 먹으니 반찬이 좀 있어야겠다, 반찬을 가져가."


아빠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퇴사를 하고 라디오를 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빠는 가만히 듣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디오-?
인터넷으로 그렇게 하는 게 있어?
 
그렇구나.

줄리가 라디오하는 게 좋니?
그 일 하는 게 좋아?




그래서 라디오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고, 라디오 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빠가 "그럼 잘해봐, 사람이 말이야,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아야 해."라고 하셨어요. 순간 제 팟캐스트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제가 만든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예전에 아빠가 저에게 그런 말을 또 한 적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모녀는 일심동체? 같은 마음일까요?


사실 라디오 DJ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고 연예인이나 아나운서가 아니고서야 일반 사람이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침 깨워 줄리]에서도 처음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분들은 제가 아나운서인 줄 아시는 분들이 꽤 많고, 아나운서는 아니라고 말하면 그럼 누구예요? 라고 물어보세요. (그럴 때마다 저는 DJ줄리라고 말합니다 ^_^)


부모님도 인터넷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제가 어떻게 라디오를 해나가는지 잘 몰라도 딸이니까, 줄리니까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없이 믿고 지켜봐 주니 저도 자유롭게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저, 잘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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