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9. 오후 8시 16분 ~9시 15분
60분 달리기
민락수변공원 - 수영강변 - 과정교 (9킬로미터)
평균 페이스 6분 37초
7분 페이스로 시작해 5분 45초 페이스로 마무리
일이 많았는데도 일찍 퇴근했다.
보기 싫은 얼굴, 듣기 싫은 목소리들을 자주 마주쳤고,
몇 번의 회의로 이미 진이 빠져버려서 다 팽개치고 집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해서 좌절하고 두려워하느니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생각을 날려버리는 달리기를 해야겠다.
너무 빠르지 않게, 60분만 달리고 와야지.
시작 버튼을 누르고 발을 구르기 시작한다.
숨이 너무 가빠지면 금방 포기하고 싶어 지니까 천천히 속도를 올려야지.
아침 달리기와 저녁 달리기는 전혀 다르다.
아침에는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지만
저녁의 달리기는 무언가를 털어내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몸과 마음에 달라붙었던 무거운 감정이나, 걱정들을 달리는 길 위에 떨궈버린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만 집중하다 보면
낮 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마음을 밖으로 꺼내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해주는 것 같다.
하지 못한 일들, 후회되는 선택들, 미움, 두려움, 회의감 같은 어두운 감정에 휩쓸려
지금 내가 해낸 것들, 만들어온 것들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질문한다.
1월 1일의 마음만큼 다 해내지는 못했지만
1월 29일의 나는 분명 해낸 것들이 있다.
10대 시절의 꿈을 다 이루진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어른이 되어 있다.
조금씩 마음의 조각들을 추려내다 보면 잊고 있던 방향을 알 것도 같다.
반환점을 도니 흐트러졌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제 마음 대신 다리와 호흡에 집중해 속도를 올려본다.
마지막 2킬로미터는 신나게 달렸다.
땀이 식고, 호흡이 천천히 내려온다.
오늘 하루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