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고양이,밥_동물영화 좋아하세요?

by 램램


넷플릭스에서 무언가를 고르는 게 제일 어렵다.

실제로 무언가를 감상하는 시간보다 썸네일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최신작이나, 넷플릭스 오리지널만 추천하던 넷플릭스가

갑자기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추천하자 더 특별해 보였다.

우리집 막내, 구름이(말티즈, 10살)가 내 말을 알아듣는다면 서운해하겠지만, 매력으로 따지면 고양이가 최고다.

홀린 듯이 영화를 클릭했다.


제임스(고양이 이름이 밥이고, 고양이 주인 이름이 제임스인데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아서 따로 찾아봐야 한다)는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이기 이전에 약쟁이다.

이런저런 방황 끝에 약에 손을 댔고, 끊고 다시 하고를 반복하고, 집도 없이 쫄쫄 굶는 생활까지 한다.

그러다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회복지사를 만나 집을 얻는다.

집이 생긴 것도 엄청난 행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다.

지나치게 예쁘고, 귀여운 치즈 태비 고양이, 밥.

노래를 썩 잘하는 건 아닌 듯 한 제임스도, 어깨 위에 밥만 있으면 버스킹 성공이고,

밥 덕분에 동네 친구(인 듯 연인인 듯)도 생긴다.

결국 밥 덕분에 약을 벗어나고, 밥에 대한 책도 쓰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영국의 실화를 책으로 만들고, 그 책을 다시 영화로 만들었다. 영국 영화답게 달달한 슈가파우더를 끼얹기보다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아낸 담백함이 좋았다.


ㄱㅇㅇ


특히 고양이 밥의 귀여움은, 찐, 리얼인 것이

밥이 실제로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대역 고양이들도 있었지만)

너무 귀여워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고양이다!




나는 동물 영화 두 편에 마케팅으로, 제작부로 참여했는데

다시는 동물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를 하고 싶지 않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그리고 감동을 추구하는 영화가 하는 치명적인 실수는 동물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말이 사람을 신뢰하게 되고 우정을 나누며 사람과 함께 달린다거나.

개가 자신의 새끼를 납치해 간 인간을 골탕 먹이기 위한 전략을 짤 수 있다거나. 하는 상상력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걸 실사 영화로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처럼 생각할 이유도 없고, 인간도 그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동물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생존을 위해 행동한다.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인간처럼 눈을 마주치고, 위로를 건네기를.

인간처럼 머리를 쓰고, 손을 쓰길 바라는 건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시선으로 상상한 동물의 행동을,

연기로, 화면으로 표현하게 하는 건 너무나,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동물도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특정 행동을 요구받는 게 얼마나, 얼마나 힘들까


물론 동물도 소통을 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우리집 구름이는 오랜만에 본 반가움을 온몸을 다해 표현해주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싶다고 손을 톡톡 두드리고,

싫으면 싫다고 으르렁댄다.

언어를 배운 유인원,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앵무새들을 보면 신기한 게 당연하다.

인간과 살아가다 보니 익히게 된 의사소통 방법이겠지.

집 안이 아니라 마당에서만 키우는 개들만 봐도

개는 애초에는 본능을 따르는 동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동물이 인간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것이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에서는 종종 밥의 시선으로 화면을 보여준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스쳐가는 시선,

갑작스레 몰려드는 시끄러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가끔씩 고양이의 시야에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을 담아낸 게 인상적이었다.

굳이 굳이, 동물에 대한 영화를 찍겠다면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찍으면 좋겠다.

작년에 동물이 출연하는 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시는 분과 인터뷰를 했었고,

그 결과물로 아래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한다.



영화계에는 가끔 영상 속에 기록되는 것만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상 밖의 진짜 세상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도, 동물도 소모되는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볼 때 마음이 따뜻해졌고, 그에 대해 무언가 쓰고 싶어 져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동물 영화에 대한 글로 흘러가게 되었다.

동물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복을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때가 많다.


밥은 왜 능력도 없고, 냄새나고, 나약한 제임스에게 나타나 그를 구원했을까. 자신을 치료해준 제임스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한 걸까.

밥은 제임스 옆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다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동물은 이유도 없이 그렇게 인간을, 세상을 밝혀주기도 한다.


동물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밥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잠들어 있길 바란다.


음, 동물 영화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촬영장에서 동물이 행복할 수 있다면,

동물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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