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햇빛아래서 연두색으로 물든,
가장자리가 금빛으로 빛나던 잎사귀들을
동공 아래로 한아름 품은 적이 있다
희미한 바람이 끈적하게 묻어난 잎사귀들은
서로를 마주치며
미지근하고 반짝이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언제나 지니고 있던,
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설익은 소망들과
사뭇 닮아있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들이
살결을 스쳐가도록 가만히 놔두었다
그렇게 피부에 스며든
한 다발의 아득함은
딱딱히 굳어간 오래된 바람을
거짓말처럼 잊게 하기에 충분했고
수천번을 스쳤던 낯선 온기를
당연한 듯 맞이해 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순간
굳은 땅에 발을 딛고서
삼월의 잎이 가져다준
사월을, 오월을 그리고 다음의 기약을
흘끗 바라보는 거다
그리고 약속하는 거다
남김없이 눈과 귀, 그리고 입술에 담겠다고,
문득 찾아온 것들의 나른함을
그리고 그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