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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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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Mar 12. 2024

이파리





살구빛으로 물든

무르고, 연약한 이파리가

한 손에 부스러져 한 줌이 된다

그 손을 털어내는 건

한 때 생명이었던 것이

거친 먼지로 치환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 자들의 몫이다




물과 바람과 빛과 흙이 있다던데-

이 미신 같은 이야기를

미동도 없이 쫓아댄 건

뿌리를 내려

줄기를 단단히 하고

오랜 시간을 앓아내어  

고유한 것을 피워 내리라는

기다란 다짐 때문에.




그래, 그렇게

물과 바람과 빛과 흙을 기다리는 것은

어느 날, 어느 순간, 어느 찰나

기어코 부서지지 않으려는

묘한 발버둥 인지도 모르겠다




공기를 잘게 갈라내는

어느 벽에 둘러싸여 있을 지라도,

차갑게 식어가 흐릿해진 그림자가

오직 곁을 지키고 있을 지라도

물의 춤과  

바람의 노래와

빛의 연주와

흙의 지휘가

박자를 걸러 전해올 거란

그런 전설을

이제는, 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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