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흐르지 못한 시간들이
눈가에서 욱신거린다
한가닥쯤 뽑아내어
머리카락 털어내듯
대수롭지 않게 버릴 수 있었다면
그저 그만이었을까
애써 집어낸 가닥들이 지문에 스며들고
재빨리 손사래를 치는 모습은
짙은 후회를 담고 있다
바지에 손을 문대고
손가락을 긁어내 보아도
서로의 주체가 되지는 못할 듯 싶다
한때 다채로웠던 색들이
먼 곳에서 바래져 버렸다
흐린 눈을 감고 나면
남는 건 무엇인지
원망은 뜨뜻미지근한 숨결에 잘 묻어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뜨거운 숨을 내쉰다
옷에 묻은 머리카락 하나를 떼어낸다
살갑진 못해도 아래로 제 갈길을 간다
눈동자는 그대로 허공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