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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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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Mar 15. 2024

그 봄을




언젠가

햇빛아래서 연두색으로 물든,

가장자리가 금빛으로 빛나던 잎사귀들을

동공 아래로 한아름 품은 적이 있다

희미한 바람이 끈적하게 묻어난 잎사귀들은

서로를 마주치며

미지근하고 반짝이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언제나 지니고 있던,

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설익은 소망들과

사뭇 닮아있어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들이

살결을 스쳐가도록 가만히 놔두었다




그렇게 피부에 스며든

한 다발의 아득함은

딱딱히 굳어간 오래된 바람을

거짓말처럼 잊게 하기에 충분했고

수천번을 스쳤던 낯선 온기를

당연한 듯 맞이해 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순간

굳은 땅에 발을 딛고서

삼월의 잎이 가져다준

사월을, 오월을 그리고 다음의 기약을

흘끗 바라보는 거다

그리고 약속하는 거다

남김없이 눈과 귀, 그리고 입술에 담겠다고,

문득 찾아온 것들의 나른함을


그리고 그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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