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하게 시작했더랬다
이리 감기고 저리 감기며
등쌀에 곧이곧대로 치이고
쌉쌀한 입술을 혀 끝으로 쓱 핥아
건조한 표면을 맞이해 내며
나는 그걸 휘휘 감아내어
울림이 있는 곳을 찾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면 어느 결계서,
한아름의 껍데기가 휘날리는 소리를
끊어짐 없이 들을 수 있었고
그건 나로 하여금
말을 참, 어서 멎게 만들었다
잊지 못했고, 있지 못했다
갈가리 찢긴 시간에 공명하던 가슴이
여전히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대는 걸 보면.
휘날리던 껍데기는 분해되어 닳고 낡아
결국 사라져 갔지만
서늘한 그 소리는 아직 내 살을 진득이 품어
시간에게 그러했듯
날카롭게 긁어내고 쑤셔댔다
얼마만큼의 비껴가는 눈을
허공에 더 던져야 하는 것일까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그림자를 짓이겨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는 것은
결국 무책임한 방관자의
시큰둥한 변명일 뿐인 것일까
그런 난 얼마나 멀찍이 떨어져서
두 눈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것일까
흘러들은 옛이야기들이
이 보잘것 없는 하루 속에서
용암처럼 느리고 차갑게 식어 굳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