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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16. 2024

꽃잎



갓 여문 어린 꽃잎이

바람에 묻어나 쉬이 날린다

꽃잎 곁을 스치도록 두었던 것은

발 밑에서 나뒹구는 몇 마디 말 때문에.

그것들은 일찍이 발에 치이고 뭉개져

그 형태가 변질되었다


닳고 닳아 반질거리는 말들 

하나를 주워 올렸 

삼키는 것을 셈해보니 

정박의 시간이 소모된다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나서

긴 긴 숨을 내뱉으니

허공에 입김이 서린다.

빈쯤 얼어버린 공기가 꽤나 스산하게 느껴진다


어디던 말을 놓으면 그만일까.

한 장, 두장, 그리고 순결한 세장.

겹겹이 포개어진 꽃잎이

듬성듬성 말을 대신한다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향이 깃든 숨을 돌리고

나머지 것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여태 외면당해 왔다던 그것이

쭈뼛쭈뼛 주변을 서성인다


겨울의 치맛자락을 얼핏 본 것 같다.

이야기는 시작되지 못했다.

결국 남는 건

발밑에 쌓여 가는 꽃이파리들.

입가에 머금은 몇 마디 말들은

부드럽고 가벼운 것들에게 덮여 옅어진다.

마치, 까만 베일에 뒤덮인 밤하늘의 구름처럼.


이제, 꽃잎에 새겨놓은 것들이

달빛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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