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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19. 2024

기다림





기다림이

또 다른 기다림을 어낸다  

더 이상 들이키는 숨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팽게 치듯 무릎 꿇고 기도하니,

갈 곳 없는 바람들이 허공을 떠돈다



스치듯 모은 두 손을 내려다 보니

나를 저버려야만 했던 두 눈이 보인

가히 잊어내야만 했던 것들이

옷깃에 스며들어

살결을 적셔오기 시작했던 것은

끈적해진 기억을 끊어내지 못했던

그 흔한 로 인한 것이었을까



한 모금의 잔상을 머금고서

마주하는 밤공기는 더없이 차가웠기에

그쯔음 해두자 다짐하며

가라앉은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섰다



충분히 앓아내 못한 탓이였

더없이 순결했던 결심 때문이였다 

공허했던 기도가

때마침 무너져버린 육신에 의해 행해졌다는 것이.

허나 내게 숙명은 그리 어렵지 않아

바지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었다 



먼지와 함께 떨어져 나온 숨을 한줌 들이키니

그리움을 품어낸 향기가

시작과 끝을 운운한다

그림자를 붙들고 있는 나는

여전히 같은 곳에서 

오래된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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