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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Oct 22. 2024

빈 꿈

까맣게 젖어 들어

영원히 팽창한다던 그 긴 긴 기억 속엔

마주 보는 새 하얀 두 손이 있었고

눈가에 묻은 창백한 그을음이 있었다



눈가를 닦고 또 닦아내니

손이 창백해져 온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한동안 거울을 들여다봐야 했다



맺힌 상 위로

뭉그러진 단어들을 뱉어내니

하나, 둘 반사되어 돌아와

눈에 들러붙는다

이음새가 엉성한 문장들

후드득 떨어져 나간



곁에 놓인 책을 집어다 들어

아무렇게나 펼쳐보니

매일 같이 훑어내어

해지고 닳아버린 말들이

거치른 종이에 스며들었다  


그곳에서 희미하게

잔상으로 남은 글자들이 뒤엉켜

끈적하게 손에 묻어난다

눈이 서서히 감긴다


선잠이 쏟아질 듯 도 하다

아마 오늘은 꿈을 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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