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바람
53x46cm
Acrylic
회색 바람이 향하는 곳,
그곳의 끝자락에선 언제나 바라던 것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무지개를 쫒듯, 바람의 결을 따라 걸어갔고,
아직 닿지 않은 것들을 발자국 위에 미리 새겨놓았다
그러다 오늘의 걸음이 미워질 때면,
괜스레 찬란히 부서져가는 노을을 구겨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쑤셔다 넣었다
그러면 밤이 조금이라도 일찍 올까 싶어서,
혹여 조금이라도 꿈을 더 꿀 수 있을까 싶어서.
스치고 스쳐, 엿가락처럼 늘어진 바람이
끈적하게 몸을 감싸고 돌 때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숨을 참아내며
낡은 옛이야기를 자꾸 떠올렸다
눈을 뜨면 다시 낯설어져 버릴
그 이야기가 나는 못내 아쉬워
닳아서 반질반질해질 때까지 어루만졌다
바람이 시작되었다던 그곳에
이 이야기의 끝이 있기를 바라며
아직도 약속되지 않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결국엔 모든것을 맞이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