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30x40cm
Acrylic
비가 머문 곳의 냄새를 기억한다
조금은 아쉬웠기 때문일까.
그치지 않을 네가
투명하고 순진한 모습을 하고서
옷깃을 서서히 적셔올 때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순간들을 손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로 하여금,
내게 속한 적 없었던 이른 기억들을 되새기게 하여
섣부른 미련을 가지게 했다
말라버린 나무의 몇 안 되는 잎사귀에
물방울이 하염없이 맺히는 것을 지켜볼 때면
오직 나는 알 수 있었다
쉬이 떨쳐내지 못할 것이란 것을.
하지만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결국엔 그쳐버릴 너였다
다만 네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결코 그치지 않을 나였기에
나는 여전히 비가 머문 곳의 냄새를 떠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