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고민한다
#1. 엄마 전화받을까? 말까?
지난 일주일은 회사 업무가 너무 많았다. 토요일 오전 11시. 휴식이 고팠던 나는 아이들을 남편한테 맡기고 안방 침대에 누웠다. 달콤한 낮잠을 자려고 막 잠이 들던 참이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위이이잉”
실눈을 뜨고 보니 핸드폰 화면에 뜨는 “홍엄마”라는 글자.
‘받을까 말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닐 거 같은데’
1초 고민하다가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밥 먹었어? 애들은 뭐해? 냉장고 어디 어디에 반찬 있으니까 챙겨 먹어”
“네” 전화를 끊으면서 생각한다.
‘왜 전화하셨지?’
가끔 엄마가 전화를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유독 엄마와 전화할 때면 나도 모르게 건성인 말투, 귀찮은 듯한 말투가 툭 튀어나온다. 빨리 끊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할 때보다 ‘더 불친절한 목소리’로 받게 된다.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나, 지방에서 일하면서 주말에만 올라오는 남편. 우리 부부를 대신해서 주중에는 친정엄마가 9년째 독박 육아를 하고 계신다. 그렇게 고생하신 엄마인데, 고작 전화 한 통 받으면서도 귀찮고 성의 없이 받는 나를 보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2. 꼭 받아야 했던 부재중 전화
2018년 살을 에일 정도로 찬바람이 불었던 어느 겨울날.
하루 종일 계속되는 회의와 보고로 정신없이 바쁜 날이었다. 오후에 엄마한테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지만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엄마한테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였다. 엄마가 퇴근한 나를 붙잡고 말씀하신다.
“나 오늘 오후에 애들 앞에서 쓰러졌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라. 땅에 쓰러질 뻔했는데 애들 생각해서 정신 차렸잖아. 잠시 멍하니 누워있었어. 그리고는 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119 부르셨어요?”
“아니, 내일 병원 가 보려고”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엄마한테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엄마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도 전화하지 않은 나 자신한테 화가 난 것이었다.
그다음 날 엄마는 병원에 가셨다. 뇌 MRI 등 몇 가지 검사를 하느라 며칠간 입원을 하셨다. 검사 결과 뇌경색이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그 일 이후 나는 엄마 전화를 잘 받는다. 엄마의 부재중 전화 있으면 꼭 전화를 드린다.
엄마의 전화 내용 중에 긴급하거나 중요한 건 많지 않다.
"밥 먹었냐. 애들은 뭐하냐?" 자식 생각, 손자 생각나서 하는 시시콜콜한 내용이다. 사실 인생은 대부분 시시콜콜한 일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 속에서 ‘긴급하고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그래서 일상을 잘 챙겨야 하는 것이다. 엄마 전화도 그렇다. 엄마의 시시콜콜한 전화를 잘 챙겨야 할 것 같다. 손미나 작가는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일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쁜 선택이 되거나 나쁜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지만 엄마 전화를 기분 좋게 받는 건 늘 ‘좋은 선택’ 일 것이다. 생일이나 어버이날처럼 특별한 날 선물이나 이벤트를 해드리는 것보다 평소에 내 곁을 내어드리는 것.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 그것이 엄마한테 가장 큰 효도가 아닐까?
행복은 종종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생겨나며
불행은 종종 사소한 일들을 무시할 때 생겨난다
- 빌헬름 부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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