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내가 갈 데가 없다

- 엄마 친구 이야기

by 다움코치

햇살이 뜨거운 어느 여름날.

엄마 친구분이 엄마한테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친구야, 내가 갈 데가 없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집이 너무 답답해서 밖에 나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커피숍도 못 가고... 갈 데가 없어서 놀이터에 앉아있다가 전화한 거야"

엄마는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하셨더란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가셨다고 한다.


퇴근 후 돌아온 나를 붙잡고 그 말씀을 하시는 엄마 표정에는 친구에 대한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엄마 마음 깊은 곳의 연민, 공감도 느껴졌다.

엄마 친구분도 엄마처럼 손자, 손녀를 봐주고 계신다.

"나는 M에 비하면 괜찮더라. 애들만 챙기면 되잖아. 김서방(주말부부인 나의 남편)은 주중에 없으니깐. 그 친구는 남편, 아들, 딸, 사위, 손자, 손녀까지 한집에 살아서 다 챙겨야 하니 너무 힘들겠더라"

엄마는 친구 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한 환경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이모들이 있잖아. 이모들이랑 전화하면서 속이라도 푸는데, M은 장녀라서 답답한 일 있어도 동생들한테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더라"

이모가 세분이나 계셔서 다행이다. 마으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를 그려본다.

63세라...

'갈 곳이 있을까?'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자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누구일까?'

'엄마처럼 손주들 봐주느라 집에 매여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손주들 안 봐줄 테야. 내 삶이 없잖아'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엄마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루빨리 엄마를 육아에서 자유롭게 해 드려야 하는데...'


엄마의 '내 상황은 M에 비하면 괜찮더라' 하는 말씀이 괜찮게 다가오지 않는다.


"또 한 해가 가고 오네요"
"당신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니요"
"그럼 더 혼돈스러워지나요?"
"그냥 빨리 흘러가요. 비 많이 왔을 때 흙탕물처럼"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