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는 홈쇼핑 옷이 좋다고 하셨어
"옷 사 입어라"
엄마가 용돈을 챙겨 주신다.
"저 옷 많아요. 엄마 사 입으세요"
"너는 사무실 출근하는 사람이니 좋은 옷 챙겨 입어"
그러고는 엄마는 홈쇼핑에서 중저가 옷만 사셨다. 4벌에 9만 원이라며 기뻐하시는 엄마!
"나는 홈쇼핑 옷이 제일 편하더라"면서... 이건 마치 god 노래 가사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처럼 들렸다. 보다 못해 엄마를 모시고 꽤 괜찮은 중년 브랜드샵에 가서 고가의 옷을 사드린 적도 있다. 엄마가 엄마를 위해 돈을 쓰시고 좋은 물건을 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나이 들면 엄마처럼 사는 거 아닐까? 내 건 안사고 애들 것만 사는 거 아냐?'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나 역시 나를 가꾸기 위한 물건은 별로 사질 않는다. 내 연배에 흔한 명품백도 15년 전 신혼여행 때 사온 숄더백 단 1개뿐이다. 출근할 때 신는 운동화가 다 떨어진 것을 보고 오죽하면 엄마가 운동화를 주문해 주시고, 돈을 (많이) 아끼는 남편도 주말에 내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할 정도였다. 나도 엄마처럼 내 것보다는 아이들, 남편 물건 위주로 사면서 엄마 당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속상하고 답답해서 한 마디씩 하곤 했다.
"아빠나 제 꺼 사지 마시고 엄마 좋은 것 좀 사서 쓰세요"
계절이 바뀌듯 변한 엄마의 모습이 좋다
#2. 나를 챙겨보려고...
그랬던 엄마가 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편, 딸, 손자들 물건만 사셨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엄마 당신을 위한 물건을 구매하시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물론 엄마가 써보고 좋다고 결국에는 "너도 써봐라"며 나한테 주시긴 하지만.
"이쩡아, 이 비누 써봐. 써보니깐 좋더라"
"이 관절약 먹어봐. 엄마가 먹어보니깐 좋더라"
바디워시랑 바디로션도 개당 3만 5천 원짜리를 사서 쓰신다. 건조한 피부가 매끈해졌다며 좋아하셨다. 고가의 영양제도 눈에 띈다.
"이제 영양제도 챙겨 먹고 나를 좀 챙기면서 살려고"
엄마의 그런 변화가 좋다. 당신을 챙기는 모습이 반갑다.
'나도 엄마처럼 내 것 좀 챙기면서 살겠네'라는 희망이 보인다.
드디어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신 것일까?
엄마,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신 걸까? 엄마,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신 걸까?
다른 이를 돌볼 책임은 느끼면서도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는 인색해진다면 그건 자신에 대해 무책임일 뿐,
내가 지치지 않아야 나를 지킬 수 있고, 그래야 나도, 관계도 건강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첫 번째 조건은,
당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김수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