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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Dec 05. 2023

우리를 깨어나게 할 슬픈 종소리(#헤밍웨이 #삶과죽음)

헤밍웨이에게 보내는 일요일의 편지

TO. 헤밍웨이


 겨울이 되어 밤이 더 일찍 찾아오고 있어요. 최근 편지가 뜸했던 까닭은 연말이 되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어요. 밤이 길어져서 감성적이게 된 것도 이유가 있고요. 이렇게 짙은 어둠이 내리면 작가님께서 말년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떠올려 보곤 해요.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 듯한 느낌에 괴로우셨다는 기록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 불멸의 작품으로 남아 곁에 계셔주심에 감사해요. 지구 행성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작가님의 작품들이, 또 작가님의 글쓰기 정신이 이어지길 기도할게요.  

 제가 중학교 때 읽고 처음 스페인 내전에 대해 알게 된 책이 있어요. 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은 제가 작가님의 책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전쟁과 인간 본성이 잘 버무려진 데다가 작품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저는 처음으로 타인의 죽음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조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다 읽고 나서는 타인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실은 우리를 위한 소리라는 것도 깨달았고요. 죽음을 전하는 슬픈 종소리는 실은 우리 내면에게 깨어나라고 전하는 소리이자, 죽은 이들의 삶이 헛되지 않게 남은 생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생도 보살펴주라는 각성의 소리라는 것을요. 

 죽음이란 우리의 일상과 권태를 깨어나게 하곤 해요. 유명인의 죽음뿐 아니라 이름 모를 뉴스 속 시민의 죽음, 픽션 속 주인공의 죽음까지도요. 우울이나 부정감정에 휩싸이면 타인의 죽음을 목격해도 무미건조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어요. 어쩌면 사람을 사람 사이에 있는 존재인 人間으로 만드는 것은 함께 생의 유한함을 공유하고 서로의 죽음 앞에서 애도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때로는 항상성이라는 우리 몸의 보호체계가 현재의 삶을 당연히 여기게 하는(현실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에요.) 속성을 만들어내곤 해요. 종이에 살짝 베인 상처도 건강한 피부를 그립게 하고, 작은 감기에 걸려도 평범한 삶이 소중해지는 걸 보면 사실 항상성의 함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본인이 겪은 결핍을 자주 기억하거나 평소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두 방법 다 좋지만 후자의 경우는 아무래도 연민으로 인한 사랑의 행동을 실천할 가능성이 더 있기에 저는 오늘 다시 한번 더 연민의 마음, 친절한 행동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 마음으로 느끼는 것, 발로 뛰고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것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는 것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어려운데 작가님은 이 모든 것을 해내신 것 같아서 대단하고 존경해요. 작가님께 다음 생이 존재한다면 그때는 창조 영역뿐 아니라 사랑의 영역에서도 쾌락으로 인한 권태보다는 노력을 택하셔서 외롭지 않은 삶을 만들어가시길 응원하고요. 강함을 추구하셨던 작가님께 마지막으로 전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작가님의 강인한 외면과 삶도 매력적이지만 작가님 깊은 곳에 있는 약함에 공감하고 연민하는 따뜻한 내면이 불멸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요.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아시나요? 태극무늬는 음과 양의 어우러짐을 나타내는 형태인데요, 작가님의 영혼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한국이 아직도 분단국가인 약점을 지니고도, 강대국 사이에서 존립할 수 있는 까닭도 결국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강함과 약함을 모두 사랑해서가 아닐까 싶고요. 우리나라도 작가님의 작품처럼 긴 생이 이어지길 바라며 작가님께 보내는 편지를 마칩니다. 감사해요.


FROM. 연민의 마음, 친절을 다짐하는 혜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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