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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Nov 21. 2023

진실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정직 #진실 #헤밍웨이)

헤밍웨이에게 보내는 토요일의 편지

To. 헤밍웨이

 

  진솔한 작가님, 작가님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고, 다음으로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감이 생각나요. 글을 쓴다는 것이 고독한 일이며, 누구도 도울 수 없는 먼 곳까지 스스로를 몰고 가는 일이라는 작가님의 말씀 덕분에 글쓰기에 신중해졌고, 다른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기까지 30년이나 걸렸어요. 늦게 시작한 덕분에 아마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쓰다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요. 고독을 사랑하게 된 것도 덤이고요.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님 스타일이 비유와 은유로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상황, 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직접 장면을 보여준다는 기분이 들어요. 작가님 작품의 주인공들 역시 담담하고 사건 전개의 우연성이나 신파도 적고요. 마치 포토샵이나 보정 어플을 사용하지 않은 DSLR 같은 고해상도 사진처럼요. 이제껏 일어났던 것, 존재 자체를 통해 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소설을 써 내려가셨던 작가님의 겸손하고 솔직한 성품이 작품 곳곳에 여실히 드러나요. 사실 정직함이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용기를 필요로 하잖아요. 그 용기의 힘이 세계에 이어지는 한 진실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고 믿어요. 이 점에서 작가님의 작품도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지길 응원하고요. 마치 청새치를 잡으려 끈질기게 노력했던 노인의 집념처럼요.

 작가님과는 반대로 진실을 가리고 없애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결국 진실은 아무리 밟아 없애려 해도 언젠가는 땅 밖으로 발아하고 고개를 드는 듯해요. 정직할 용기가 없던 자들이 진실을 가리려 애썼던 모든 노력, 두려움, 초조함이 무색하게 말이에요. 인상만 보면 누구보다 선이 굵고 묵직한 작가님인데도 겉보습과는 대조적으로 작가님의 진솔했던 삶은 누구보다 홀가분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죽 가방이 무거워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저니까 저도 영혼의 무게마저 가볍도록 작가님처럼 정직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말, 글, 행동, 생각까지도요.

 노벨상을 수상하면서도 다른 위대한 작가들을 인정한 작가님의 겸손한 태도, 인기와 소속감의 달콤함보다는 홀로 자신이 쓸 수 있는 최선의 글을 쓰려던 작가님의 삶의 모습, 문학계의 최고의 상을 수상했음에도 말보다 글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하는 장인정신까지... 타인과의 비교 우위를 통해 기뻐하고 좌절하고, 달콤한 욕망에 쉽게 흔들리는 보통의 존재에게 삶으로서 멋진 본보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어쩌면 작가님께서 말년에 음주로 인한 병에 시달리셨던 것도, 삶 전체를 관통하는 정직의 무게를 홀로 술로 조금씩 달래 오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작가님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술 대신 작가님이 좋아하실만한 요리와 진실한 경청을 대접하고 싶어요. 글이 써지지 않을지언정 가장 진실한 문장을 찾기 위해 애썼던 작가님, 끈질기게 멋진 작품으로 살아남아주셔서 감사한 밤입니다.


FROM. 작가님처럼 결코 진심이 아닌 글을 쓰지 않으려는 혜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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