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문제 해결 방법
"우리 조직에는 문제 해결에 정답이 있는 것 같아요."
조직에 발생한 문제 해결 방법에 정답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는 문제 해결에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때론 문제 해결 과정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 '폴리브릿지'의 목표는 단순하다. 강 혹은 바다 위에 다리를 지어서 차량을 목적지까지 건너게 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샌드박스로 원하는 다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정해진 비용에 맞추어 차량을 건너게만 하면 되기에, 우리는 이 게임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의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는 '1+1'과 같이 해가 단 하나만 존재하는 단순한 수학 문제도 있지만, 여러 개의 해를 가질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 단 하나의 해답이 존재하는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단 하나의 답반 존재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개의 해를 동시에 갖고 있는 문제라면 어떨까?
x와 y의 합이 8이며, x와 y가 모두 양의 정수인 경우 가능한 x*y의 경우의 수는 총 네 개(7, 12, 15, 16)이다. 만약에 이러한 문제가 시험 문제로 출제되었다면, 어떤 것을 정답으로 삼는 것이 맞을까? 모든 경우의 수를 구한 학생이 정답일까? 아니면, 경우의 수 중 하나를 맞춘 사람이 정답일까? 어떠한 경우에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수학 문제를 출제한 교사가 곤욕을 치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문제가 'x·y의 값을 구하시오'가 아닌, '가장 큰 x·y의 값을 구하시오.'라고 명시되었다면, 문제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남을 것이고, 문제를 출제한 교사가 복수 응답 때문에 논란에 휩싸일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서비스 및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 역시 '여러 해를 갖고 있는 수학 문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풀이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여러 가지 해를 동시에 갖는 덕분에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해를 동시에 갖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누가 찾아낸 답이 더 나은 방향인가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와 같이 해답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정답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감정싸움이 되기 쉽고, 기준이 없다면 건설적인 논의가 아닌 탁상공론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답이 없는 문제더라도 정답을 만들 수 있는 문제 해결의 기준이 필요하다.
정답 혹은 유일 해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이하기 위해서는, 조직 모두와 공유하는 문제 해결 기준이 필요하다. '가장 큰 수를 구하시오.' 혹은 '가장 작은 수를 구하시오'라는 조건을 달아두면,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문제도 논란이 사라지는 것처럼, 문제에 대해서 모든 조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조건을 달아두는 것이다.
게임 '폴리브릿지'의 세계에서는 차량이 강 혹은 바다를 건너게 하는 무한한 문제 해결 방법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어떤 것이 '정답'에 가까운지 점수를 통해서 알려준다.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을 적게 쓰면 적게 쓸수록 고득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떤 다리가 좋은 다리인지'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 조직 얼리슬로스 역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정답에 가까운 것이 있다. 우리 조직은 문제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자원적 효율을 최우선시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면, 가장 빠르고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며, 그것이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형태라고 인식한다.
인지한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나왔는데, 모든 해결 방법이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인지되어, 어떤 방법이 좋은 방법인지 모호한 순간이 있다. 그럴 경우 내가 생각하는 검토기준은 다음과 같다:
1순위. (이러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2순위. (이러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면 매출이 증가하는가?
3순위. (이러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면 고객의 경험이 개선되는가?
4순위. (이러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면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가?
우리 조직에서는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순위 설정에 대해서 조금 더 수치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엑셀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문서를 구성하면, 각 순위에 따라 가중치를 설정하고, 점수를 통해서 다양한 문제 설정을 탐색해볼 수 있다.
모든 문제에 있어서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생각지도 못한 정답을 찾아낼 수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조직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할 수 없다.
길게 돌아왔지만, 문제 해결에는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행동이 존재하는 기업 문화'가 결코 경직된 조직 문화는 아니다. 여러 가지 의견을 말할 수 있되,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행동이 존재하는 것'과 '정답 혹은 정답에 가까운 의견만 말할 수 있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조직원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논의할 수 있되,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이 유연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