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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Feb 21. 2022

자수성가의 떳떳함, 금수저보다 좋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오랜 방황 끝에 비로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화했지만, 그 삶을 살아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경제력이었다. (참조 :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https://brunch.co.kr/@sypova/190)


아둔하게도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열심히 배웠다면 대박이 났을 부동산 투자의 귀재도 아니었고 주식이나 코인 투자 물결에 일찍 올라탄 운 좋은 얼리어답터도 아니었다.


아, 딱 한 번 남편이 수년 전 코인으로 억대의 돈을 벌었던 적이 있었다. 둘이 곱창 먹을 때 남편이 그 사실을 고백했다. 눈이 똥그래진 내게 남편은 "내가 이걸로 집 사줄게" 했었는데, 이상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도 마음 한켠이 우두커니 어두웠다.


그다음 주 억대의 돈은 투자금을 겨우 건질 만큼 폭삭 주저앉았다. 나는 실망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남편에게 "우리는 요행으로 돈 벌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닌가 봐. 노력해야 잘 되는 부류인가 봐"라는 말을 했었고, 남편의 좌절 앞에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은 진심이었다.

 

돈이야 잃은 당사자 마음이 더 쓰릴 테니 나는 그 쓰린 마음에 무언가를 더 보탤 생각도 없었고 애초에 투자 금액이 그리 크지도 않았다. 그래도 한 순간에 꿈이 물거품이 된 남편은 꽤나 오래 속 쓰려하며 힘들어했었는데, 나는 "노력해서 정당하게 잘 살자"라는 가치가 확고해지는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뒤로도 부동산, 주식, 코인으로 대박이 나지 않았다.

곱창집에서 억대 수익에 환호하던 남편과 마주했던 때가 아마도 2018년의 어느 날. 그 뒤 4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이렇다 할 돈을 벌게 된 것은 밤잠을 아껴가며 공부하고 익혔던 분야에서였다. 사업자를 낼 때만 하더라도 '과연 내가?'라는 불안감이 똬리를 틀었고 사업자 통장을 만들러 가서는 직장인이 아닌 자가 은행 앞에서 얼마나 작아지는지를 체감한 적도 있었는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지 그로부터 1년 만에 월 매출이 천 단위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 매출이 소위 '대박'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 신기루 같은 잭팟이 아니라 성실한 매일이 쌓이고 쌓여 돌아온 당연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누군가들의 부동산 대박, 주식 대박, 코인 대박이 부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땀의 대가가 결실로 돌아오는 온전한 뿌듯함도 좋다.

 

한참을 밤잠을 아껴가며 일하고 공부하고 애 보며 살아갈 때, 남편과 내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기계화되어 살아야 할 때, 그래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적에, 대부분의 날들은 그래도 '우리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 때문에 그 자체로 좋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지치던 날들도 더러 있었다. 왜 나이 서른 먹어서까지 시험을 앞둔 고3처럼 긴장을 놓지 않고 살아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 "우리가 이렇게 해서 성공하면 진짜 자수성가네"라는 말을 하며 헛헛하게 웃었던 적도 있었다.


자수성가.


과거에는 그 말이 선망의 단어였을지 모르겠으나 요즘은 잘 들리지도 않는 단어다. 모두가 나서부터 부유한 모태 부자, 금수저를 선망하는 시대에 자수성가가 주는 울림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비록 개천 용의 존재감이 영 앤 리치에 비할 바 못된다 하더라도, 이렇게 살아보니 자수성가는 자수성가대로의 떳떳함이 있다. 이왕 금수저 영 앤 리치는 불가능한 것, 자수성가라도 해봐야지 뭐. 아직은 성가 했다기엔 한참을 못 미치지만, 그래도 한 발 가까워진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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