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에 고대산이 있다
접근하는 게 문제였다. 도봉산역 환승센터에 고대산 가는 광역버스 G2001을 타려고 가보니 전광판에 '5분 후 도착'이라고 돼 있던 게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니 '60분 후 도착'으로 바뀌어 있지 뭔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차가 왔다가 갔단 말인가. 도저히 60분은 기다릴 수 없어 일반 버스인 39-2가 오자 냉큼 탔다. 일반 버스다 보니 온갖 정류장엘 다 섰고 거의 한 시간 반 걸려서 연천에 닿았다. 그리고 다시 연천에서 고대산 입구인 신탄리 가는 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신탄리에 도착하니 어언 정오가 가까웠다.
신탄리에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산에 오르는 팀이 한둘 있었다. 들머리에 가니 제1, 제2, 제3 등산로가 있었다. 선택지가 셋이었던 것이다. 가운데 제2 등산로로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도중에 드문드문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쉴 겸 전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말등바위를 지나 계속 치고 올라가니 칼바위였다. 마치 북한산의 칼바위 아니면 숨은벽코스 비슷한 느낌이었다. 쇠줄이 참 많이도 쳐져 있었는데 그 덕분에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지 그게 없었더라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중에 바람이 아주 세찼다. 맹렬하게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곧 바람은 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드디어 첫 번째 봉우리인 대광봉에 올랐다. 해발 810m다. 정자가 세워져 있었고 500m 떨어진 곳에 고대산의 정상인 고대봉이 저 멀리 보였다. 대광봉에서 고대봉까지는 평탄한 편이었다. 도중에 삼각봉을 지났다. 드디어 고대봉에 오르니 정상에 드넓은 헬기장이 있었고 탁 트인 시야가 일망무제 그것이었다. 찬탄이 절로 나왔다. 주변에 더 놓은 곳은 없었다. 모든 게 발아래였다. 경치를 실컷 즐기고 사진으로도 담은 뒤 제3 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경사가 심하지 않아 하산이 편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얼마간 지나니 경사가 가팔라졌다. 계단 대신 둥근 원통형 나무가 경사로에 놓여져 있었는데 발을 딛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하산길에 난적을 만났다. 올라온 길인 제2 등산로보다 거리가 훨씬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길고 긴 하산길도 표범폭포를 지나면서 끝나갔다.
해발 830m의 고대산 정상에 올라보고 원점 회귀했다. 생각보다 덩치가 큰 산이었다. 전방이어서인지 등산객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신탄리역에 이르러서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도봉산역까지 가는 광역버스 G2001 버스가 왔는데 동시에 다른 일반 버스가 왔다. 회차를 위해 두 버스 모두 후진을 해서 차를 돌렸는데 글쎄 일반 버스가 G2001을 가리고 있는 사이에 G2001은 먼저 떠나고 말았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 셈이었다. 황망했다. 하는 수 없이 10여 분 더 기다리니 또 다른 일반 버스가 왔고 그걸 타고 연천역까지 온 뒤 연천역에서는 최근 개통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밤 11시였다.
연천 신탄리의 고대산은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서울에서 봤을 때 같은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소요산이 물론 서울에서 더 가깝고 해발도 더 낮다. 그래서인지 소요산도 전에 가봤지만 고대산에 비하면 등산객도 훨씬 많고 산도 더 아담한 듯싶다. 고대산은 교통도 소요산에 비해 불편하지만 산이 크니 산행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하겠다. 어쨌든 숙제 하나를 마친 기분이다. 제1 등산로만 못 갔는데 다음에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산 밑에 글램핑장이 굉장히 크다. 야구장도 있다. 그 깊숙한 전방에 야구장은 왜 지었을까. 어쨌든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고 왔다. 표범폭포 지나서 하산하다가 등산로 가에 있는 약수 또한 물맛이 상큼했다. 청정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