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Apr 25. 2024

법의 날

법도 변변하게 정비 못하면서 '법의 날'이 무슨 소용?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1895년 4월 25일에 법률 제1호로 재판소구성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그 전까지는 고을의 원님이 행정도 하고 재판도 했다. 근대적 재판 제도가 이때 성립됐다. 내년이면 130년이다. 그런데 과연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온전히 실현되고 있는가. 그걸 알아보기 전에 먼저 법이 과연 어떤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본법인 이른바 6법의 언어는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민사소송법만 상당히 깔끔하게 고쳐졌을 뿐 1950년대 및 1960년대에 제정된 민법,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의 조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이 곳곳에 있지만 요지부동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일전에 조선일보 주말판에 우리나라 6법의 문장 오류를 지적한 필자의 인터뷰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 기사의 댓글에 우리 국민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우선 여러 사람이 왜 이런 오류가 고쳐지지 않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왜 수정 못하는지 그게 궁금",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장이나 단어를 고칠 생각을 안 하는 게 참 이상하지요."라 한 댓글이 있었고 어떤 이는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런데 왜 수정이 안 되는 거죠? 헌법 개정을 해야 하나요? 아니면 국민투표해야 하나요?"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설명했다. "이게 다 권위주의, 특권 의식의 산물이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면 진작에 바뀌었을 거다."라 했고, 심지어 어떤 이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느라 자기들이 일반 국민과 다르다고 착각하고 사는 경향이 있다. 법조계는 일본어를 일본어를 차용하여 자기들만 알아보고 이를 모르는 국민을 개돼지로 여긴다."라고 했다. 


사실 민법은 2015년과 2019년에 깔끔하게 새로 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법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여 1958년에 제정된 민법의 문장을 거의 전조문에 걸쳐 반듯하게 새로 써서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가 뭉개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민법을 비롯해서 형법, 상법, 형사소송법은 국민이 알아보기 쉽게끔 틀린 문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을 버젓이 그냥 두고 국민에게 따르라 하는 그 뻔뻔함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법도 변변하게 정비하지 못하면서 법의 날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방과 답습에서 벗어나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