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간섭에 반대한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가 '맞춤법 검사'를 했다. 그런데 '늘상'은 '늘'로 고칠 것을 권하지 않는가. 무척 놀랐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과연 '늘상'을 찾으니 '늘'로 가라고 돼 있었다. '늘'이 표준어이고 '늘상'은 비표준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국어사전에 이런 해설이 들어 있었다.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때문이란다. '늘'과 '늘상'은 발음이 비슷하고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늘'이 '늘상'보다 널리 쓰이니 '늘'이 표준어이고 '늘상'은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늘상'은 쓰지 말고 '늘'을 쓰란다.
'늘상'이 비표준어일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하다가 이런 사전의 설명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늘상'은 늘상 쓰던 말인데 비표준어니까 쓰지 말라니! 이런 예는 사실 숱하다. 얼마 전엔 '그제서야'가 지적을 받았다. 표준어가 '그제야'라는 것이었다. 왜 '그제서야'는 비표준어고 '그제야'만 표준어인가. 또 다른 예도 있다. '좀체로'는 비표준어니 표준어인 '좀처럼'을 쓰란다. 뜻밖이다. 발음이 비슷하고 의미에 차이가 없으면 그중 하나만 써야 하나. 다른 건 쓰면 안 되나. 왜 그래야 되나.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무슨 말이든 다 써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일테면 '부추'라 하지 않고 '정구지' 또는 '솔'이라 한다면 의사가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니까 '부추'를 표준어로 삼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즉 '정구지', '솔'은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말이니 표준어가 아니라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늘상', '그제서야', '좀체로'는 특정 지역에서만 쓰이는 말이 아니지 않나.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흔히 쓰는 말 아닌가. 그래서 서로 의사가 잘 통하지 않나. 그런데 왜 비표준어라는 딱지를 붙이고 쓰지 말라고 하나.
말에 대한 부당한 간섭, 불필요한 억제, 제지에 반대한다. 특히 '늘상'은 '늘'과 '상(常)'이 동어 반복이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 '초가집'도 '초가'라 해야지 '초가집'은 안 된다고 할 것인가. 사람만 차별하면 안 되는 게 아니다. 말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루 쓰이고 있는 말을 비표준어라 딱지 붙이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옳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