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기사의 말에 공감하며
경향신문이 '한국 바둑의 전설' 이세돌 9단과 인터뷰했다. 이세돌 하면 세계바둑대회에서 무려 열네 번이나 우승한 놀라운 업적을 이룬 기사다. 그는 2016년 3월 인류를 대표해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쳤고 1승 4패를 거뒀다. 그 1승이 인간이 인공지능과 겨뤄 얻은 유일한 승리란다. 중국의 커제를 비롯한 어떤 기사도 인공지능과 싸워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알파고와의 대결이 있고 몇 해 후 이세돌은 바둑계를 떠났다.
이세돌을 인터뷰한 기사의 끝 부분에 실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기사의 마지막 단락은 다음과 같다.
지금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느냐고 기자가 물으니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역 기사 시절 수많은 국내외 바둑 시합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두었고 그래서 국위를 선양했다. 바둑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그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했다. 숱한 대회의 우승으로 본인 자신이 명예와 부를 얻었지만 동시에 사회에 나라에도 기여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역 기사에서 은퇴했지만 다른 어떤 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게 무얼까. 이세돌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드러나긴 하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이세돌의 말에 깊이 공감한 것은 필자 역시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자 나름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너나없이 이야기들하고 있지만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인 법률의 문장은 오류투성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나 기성 법조인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애를 먹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의 길에 막 들어선 학생들과 어쩌다 법을 들여다보게 되는 일반 국민들이다.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상대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지만 유독 국가 기본법의 문장만은 마치 딴 세상처럼 오염되어 있고 깔끔하지 않다. 대청소, 대정화가 필요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성 법조인들은 틀리고 문제 많은 법조문에 적응된 나머지 불편한 줄도 모른다. 법을 처음 배우는 초롱초롱한 젊은이들만 영문을 모른 채 고초를 겪고 있다. 법은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이 지켜야 하는 것인데 국민이 법에 접근하기 어렵게 돼 있는 것이다.
흔히 인프라라는 말을 한다. 도로, 철도, 상하수도, 전기, 통신망 등이 대표적 인프라다. 학교, 병원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프라 구축이 참 잘 되어 있는 나라다. 그래서 선진국 운운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만 인프라인가. 법률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국가 인프라 아닌가. 그 인프라가 낡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요즘 만들어지는 법률은 정확하다. 그러나 1950년대와 1960년대초에 만들어진 이른바 6법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문장과 표현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이 많다. 그걸 지금껏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