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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지어내는 인공지능

허구 창조가 문제다

by 김세중 Mar 26. 2025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화로 시작된 불이 경북 북부 지역을 휩쓸고 있다. 10여 명이 이미 사망했다. 안동을 지나 청송, 영양을 거쳐 영덕까지 불길이 번졌다. 천년 넘은 고찰 고운사도 전소되었다니 이게 과연 사실인가 싶을 정도다. 


고운사는 고향 안동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의성군에 속해 있으니 흔히 의성 고운사라 부른다. 인공지능 에이닷에 고운사가 의성 어느 면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얼마 전 에이닷은 신약성경 로마서 8장 29절의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가 국어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물었을 때 문제없다고 답한 다른 인공지능들과 달리 '그로'는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문장 수정이 필요하다고 답해 필자를 감탄하게 했던 인공지능이다. 그런 에이닷이 뜻밖의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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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는 의성군 빙계면에 있고 주소가 경상북도 의성군 빙계면 빙계계곡로 685고 했다. 빙계면? 그런 면을 들어보지 못했다. 의심이 가서 다른 인공지능 몇 군데에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모두 고운사는 의성군 단촌면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 단촌면은 많이 들어본 익숙한 지명이다. 고운사는 의성군 단촌면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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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에이닷에 물었다. 의성군에 빙계면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천연덕스럽게 있다고 하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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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면은 의성군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의성군의 13개 면 중 하나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의성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의성군은 1읍, 17개 면으로 돼 있다. 빙계면에 빙계리, 도원리, 화전리가 있다고 했지만 빙계리는 춘산면에, 도원리는 봉양면에, 화전리는 봉양면과 사곡면에 있다. 뭐 하나 맞는 게 없다. 고운사의 주소가 의성군 빙계면 빙계계곡로 685라고 했지만 빙계계곡로라는 도로명은 없었다. 빙계계곡길이 있을 뿐이었다. 정작 고운사는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길 415에 위치했다. 


보통 사람은 이렇게 황당무계하게 지어내지는 않는다. 그저 뭐 하나쯤 틀리게 알고 있는 정도지 마구 지어내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다르다. 어떤 기제가 있어서 이렇게 터무니없는 허구를 만들어내고 사실이라고 믿으라는지 모르겠다. 


에이닷은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라는 문장이 국어문법적으로 어떤지에 대해서 다른 어떤 인공지능도 짚지 못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내 필자를 감탄케 했다. 그랬던 에이닷이 이번에는 있지도 않은 가공의 허구를 마구 지어내 필자를 어리둥절케 한다. 도무지 종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인공지능은 없는 것보다 나으리라. 다만 허구 창조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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