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북측숲길과 남한하늘숲길을 걷다
남산은 서울의 상징과도 같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의 남쪽에 있다 해서 남산이었지만 서울이 거대해진 지금 남산은 서울의 한복판에 위치한다. 남산의 원래 이름은 목멱산(木覓山)이다. 목멱산은 북쪽의 북악산, 서쪽의 인왕산, 동쪽의 낙산과 함께 한양을 둘러싸는 네 개의 내사산(內四山) 중 하나였다. 목멱이란 지명은 오늘날 목멱산방이라는 남산 숲속에 자리한 식당에도 남아 있다. 이 남산에 오르는 길이 참 많은데 새로운 길이 또 났다 해서 올라가 보았다.
남산에 오르는 최단 코스의 길이 지난 7월 생겼다. 남산 북측 숲길이다. 이 길은 남산 북측에 있어 남산북측숲길이라 한다.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해 퍼시픽호텔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웬 게스트하우스가 그리 많은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묵는가 보다. 소파로에 이르면 돈가스집들이 모여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남산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해 불과 5분이면 남산 북측 순환로에 닿는다. 이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만의 길이다.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는 여간 넓지 않고 느릿느릿 산책하는 사람,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서쪽으로 약한 오르막을 걷다 보면 조지훈 시비도 만나고 와룡묘도 지난다. 와룡묘는 제갈공명과 관우를 모시는 곳이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남산북측숲길 입구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지난 7월 생긴 남산 오르는 길이다.
이곳부터 남산까지는 줄기차게 계단이다. 거의 일정한 경사를 유지하고 제법 체력을 요한다. 다행히 군데군데 자그마한 쉼터가 마련돼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계단길 오른쪽으로는 계곡으로 물이 흐른다. 그저 자연만은 아니고 돌을 차곡차곡 쌓아 계곡을 정비해 놓았다. 계단은 모두 954개였다. 물소리 전망쉼터, 바닥숲 전망쉼터, 시티뷰 전망쉼터에서 꼬박꼬박 쉬었다.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다. 젊은이들은 그냥 지나치는데... 시티뷰 전망쉼터는 정상과 가까운 곳이라 과연 시내 전망이 제법 그럴듯했다. 마지막 힘을 쏟아 드디어 954 계단을 다 오르니 바로 오른쪽이 남산 전망대였다. 더 오를 데가 없다. 서울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남산북측숲길 입구에서 30분 남짓 걸렸다. 계단길만 오르는 데 그렇게 소요됐다.
드넓은 서울타워 앞 광장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팔각정 아래에 아시아인인 듯한 수십 명의 단체 관광객이 모여서 가이드의 지휘 아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노래가 끝난 뒤 그중 한 사람에게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니 필리핀이라고 했다. 한국사람도 필리핀으로 관광을 많이 가지만 필리핀 사람들도 또한 한국을 많이 찾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어느 쪽으로 내려갈 것이냐. 길은 많다. 이왕이면 안 가본 길로 가면 더 좋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타워에서 버스 타는 곳을 향해 급경사를 내려오면 남산 남측 순환로를 만난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꼬부라져 500미터 가량 내려오니 지난 10월에 개통된 남산하늘숲길 입구가 있었다. 바로 이 길이다! 건강정원이란 데에 여러 운동 시설이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남산하늘숲길이 시작됐다. 남산북측숲길은 오로지 계단이었는데 이와는 반대로 남산하늘숲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장애 데크길이었다.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물론 도중에 데크길을 벗어나 계단길을 오르면 쉼터와 전망대에 이를 수도 있었다. 바위쉼터와 솔빛전망대다.
우리나라 곳곳에 데크길이 많이 생겨 남녀노소, 장애인 누구나 숲속을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남산하늘숲길이 또 생겼다. 이 길은 곳곳이 지그재그길이다. 그러니 경사가 완만하다. 메타세쿼이아 숲도 있지만 소나무가 많다. 도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공기는 상쾌하다. 노을전망대는 서쪽 서울역 방향이 내려다 보이는데 과연 해질녘에는 장관일 거 같다. 남산하늘숲길은 남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 같다.
남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많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걸어서 간다면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 잠두봉 지나 오르는 게 전통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런데 남산북측숲길이 새로 생겼다. 최근 생긴 남산하늘숲길은 남산 정상 가기엔 그리 적합하지 않을지 모른다. 꽤나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숲길만을 즐기고자 한다면 아주 환상적이다. 도중 곳곳에 쉬어서 갈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명품길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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