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ilee Mar 26. 2020

뉴질랜드 봉쇄령 Day 1.

24_ Stay at home, Save lives. 

평화롭고 자유로운 뉴질랜드에 봉쇄령이라니! 전 국민이 이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겁이 많은 타입이지만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에 지진이 났을 때도 괜찮았던 나였기에

이 사태 또한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봉쇄령이 내려지기 2일 전 남은 마스크를 구하러 운전대를 잡고 부지런히 가고 있었는데, 도로에 차는 왜 이리도 많은지. 마지막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이제 전국 봉쇄가 48시간도 남지 않았다며 긴급하게 뉴질랜드 현 상황을 알렸다.  순간 무슨 전쟁이 난 것처럼 내 마음은 급속도로 불안해졌다. 심장이 졸리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을 정도로 숨 쉬기도 겁이 났다. 바로 라디오를 끄고 최대한 차분히 목적지로 향했다.  주차장은 마지막까지 분주했다. 뉴스에서는 봉쇄령이 내려진 기간 동안에도 슈퍼마켓이나 병원은 정상 영업한다고 수도 없이 국민들에게 알렸지만 멀리 떨어져 저 땅끝에 위치해 있는 나라기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가 뉴질랜드에도 닿았다고 하니, 4단계에 진입해 봉쇄령까지 내려진 마당에 사재기를 하러 사람들이 슈퍼마켓에 몰린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그리고 어제저녁 6시쯤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밤 11:59에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첫날인 오늘- 매일 아침에 출근하던 차들이 가지런히 어젯밤과 같이 그대로 주차되어있었다. 아주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침을 급하게 먹고 밖을 나가보았다. 날이 참 맑았다. 같이 사는 사람들과 산책은 괜찮다고 하니 함께 살고 있는 플랫 메이트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생각보다 밖에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아지와 산책/조깅하는 사람들, 가족 단위로 걷는 사람들 등등 평소 뉴질랜드와 다를 게 없었지만 도로가 텅텅 비어있다는 사실이 아주 생소하고 이상했다. 덕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완벽한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나 또한 이번 기회에 용기를 내어 도로에 나가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참 재미있었던 건 한국에 거주하느라 거의 2년 동안 못 보던 대학 친구를 산책 중에 만났다는 것이다! 순간 너무 끌어안고 인사하고 싶었지만 2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짓만으로 허그를 전했다. 


내일의 일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해진다. 

내일 크라이스트처치에는 비가 올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미감 유감] 나의 여의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