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_언젠가 꼭 같이 뛰기로 했다.
어제 오지 않은 비가 오늘 내렸다.
그리고 지금은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걸어 다니기 조차 힘든 날씨가 됐다.
오늘은 아침 온도가 2도밖에 되지 않아 한참을 이불속에 있었다.
그러고 있던 중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은 서로의 안부보다는 뉴질랜드와 한국의 상황을 서로 보고하기에 바쁘다.
결국엔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자가격리 기간 무시하지 말고 잘 지켜라 등등 걱정 어린 아빠의 말 끝에 나는 다짜고짜 요즘 조깅을 시작했다고 했고 이야기는 순식간에 다른 주제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아빠의 취미생활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다.
아빠는 마라톤 몇 번 뛰어봤냐
그중 하프마라톤은 몇 번이었냐 등등의 질문이었다.
아빠는 어제도 10 키로를 뛰었다고 자랑하셨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국을 가게 되면 그때 꼭 하프 마라톤을 같이 뛰자고 약속했다.
그때까지 서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자면서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는 총 7번의 마라톤, 12번의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셨다고 했다.
여태까지 방에 걸려있었던 수많은 상장들과 메달들은 결코 그냥 주워진 게 아니었음을.
생각해보니 나는 아빠의 취미들을 항상 가볍게 여겨왔었던 것 같다.
한 번도 아버지의 그 취미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친애하는 친구 부모님의 운동 활동에만 열심히 박수를 보냈을 뿐.
"우와 언니네 부모님 정말 대단하시다."
"진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운동하신대?"
매번 전화를 "사랑해"로 끊지만,
정작 나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점이 나는 오늘의 대화에서 제일 깊게 와 닿았고 그래서 더 슬펐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를 알아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빠의 장점보다도 단점을 훨씬 더 많이 꼽을 수 있는 사람이다.
원래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있으면 지켜야 될 선도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가족 안에 있는 신호를 수 없이 어겨왔다.
하지만 알아간다는 건 그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다 알기로 결정한 것임을-
그렇게 아버지가 나에 대해 알기를 원하셨던 것처럼
나도 아버지란 사람을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이 오류 투성임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하나의 글이 쓰였다.
그렇게 시작하는 의미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