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파리
파리를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2월 겨울,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떠난 생애 첫 유럽 여행에서다. 파리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 들었던 프랑스 문화 수업의 영향이 컸다. 당시 허영심 가득했던 나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와 로마를 꿈꾸며 7박 8일의 여행을 계획했다.
파리 도착 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손에 책을 쥐고 열중하며 읽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리던 ‘Pardon’와 ‘Merci’. 불어를 할 줄 몰랐지만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이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니 내 입에서도 어느새 절로 나오더라.
그때 유럽은 지금처럼 로밍이나 와이파이가 활발하던 시절이 아니라 비행기표와 숙소만 미리 예약하고 챙겨간 여행책에 의지하여 행인들에게 길을 물으며 다녀야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영어로 물어보면 불어로만 대답한다는 소문을 듣고 살짝 겁을 먹고 있었는데 의외로 다들 친절하게 영어로 길을 잘 안내해주었다.
계획대로 여행지를 둘러보고 첫날 저녁 기념으로 여행책에 나온 프랑스 가정식 맛집을 찾아 나섰다.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간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애를 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당으로 들어가 주소를 확인하는데 가게 주인이 한층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식당이 먼 나라 한국 여행책에 소개된 것을 손님들에게 자랑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식당은 동네 맛집 특유의 따뜻함이 가득한 아담한 크기로 단골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 자리는 만석이었지만 혼자 왔던 나는 다행히 한 프랑스 커플의 남은 옆자리에 동석할 수 있었다. 그들은 20대 초반의 동양 여자애가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 나누어 먹기까지 했다!! 유럽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주의라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자신의 문화를 알리는 일에는 열성적인 프랑스인이었다. 다만 내가 주문한 소시지 야채 스튜가 짜서 입맛에 별로 맞지 않아 거의 먹지 못한 것을 빼면 꽤 성공적인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