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인물 사진의 포즈에 대한 잡학지식

by 곽용신


사진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즈에 대한 고민이 따라온다. 사람마다 익숙한 움직임이 있고, 어떤 자세는 본인도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가로서 내가 할 일은 그 어색함을 줄여주고, 촬영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포즈는 단순한 자세가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다. 모델이 경험이 많든 적든, 적절한 가이드가 있다면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물 사진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도는 풀샷(Full Shot)과 바스트샷(Bust Shot)이다. 풀샷은 전신을 담는 구도로, 모델의 전체적인 실루엣과 분위기를 강조할 때 많이 쓰인다. 반면 바스트샷은 가슴 윗부분부터 얼굴까지 담아내는 방식으로, 표정과 상반신의 움직임을 강조할 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클로즈업(Close-up)과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up)이 있다. 클로즈업은 얼굴을 중심으로 한 촬영으로, 눈빛이나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데 유용하다. 반면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입술, 눈, 손가락 같은 특정 부위를 강조해 감각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이런 구도를 활용하면 같은 사람이라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흔히 ‘3/4 포즈’라고 불리는 자세는 몸을 정면이 아닌 약간 옆으로 틀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입체감이 살아나고, 보다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패션 사진에서 자주 사용되는 포즈다.

또 하나 기억하면 좋은 것이 S라인(S-Curve)과 C라인(C-Curve)이다. S라인 포즈는 몸을 곡선 형태로 만들어 여성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반면 C라인은 몸을 둥글게 말아 감성적인 느낌을 살릴 때 활용된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사진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손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사진에서는 ‘데드 핸드(Dead Hand)’라는 개념이 있는데, 손이 무기력해 보이거나 너무 힘이 빠져서 사진 속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보통 손끝에 약간의 긴장을 주거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더하면 사진이 한층 더 살아난다.

시선 처리도 중요한 요소다. 정면을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 오브 카메라 룩(Out of Camera Look)’, 즉 카메라 바깥의 특정 지점을 응시하면 보다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마치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기법은 인물 사진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다리의 움직임도 신경 써야 한다. 모델이 자연스럽게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싣고 서 있는 ‘웨이트 쉬프트(Weight Shift)’ 자세는 단순하지만 인체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살려준다. 반면 다리를 교차하는 ‘크로스 레그(Cross Leg)’ 포즈는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사진 속에서 포즈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표현의 한 방식이다. 때로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분위기를 바꾸고, 한 걸음만 옆으로 움직여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포즈를 고민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 작업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모두가 이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이미 훌륭한 한 장의 사진이 된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11. 사진, 기억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