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퍼즐을 맞추는 도구
카메라는 단순히 순간을 포착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조각, 추억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매개체다. 내가 찍은 사진은 내 삶의 일기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사진이 단순히 나의 기억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사진이 담고 있는 의미의 깊이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순간들이 내 기억에 새겨지고, 그 순간들이 내 삶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돌아볼 때, 사진은 그것을 떠올리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예를 들어, 할머니의 침대 옆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을 보면, 그 사진 속 나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하다. 그때는 슬픔을 표출할 틈도 없이 일상적인 일처럼 느껴졌던 그 장면을, 지금 다시 보았을 때 그 속에서 내가 놓쳤던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 당시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의 상황에서 가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압도당해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때의 나의 감정, 그 애절함과 후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면서 그 모든 순간이 달리 보인다. 사진은 결국 시간의 한 조각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그 감정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이처럼, 사진은 내가 놓쳤던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순간에 담긴 감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카메라는 내가 직접 경험한 그 순간을 고스란히 보존해준다. 하지만 그 사진이 단순한 기록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속에 담긴 감정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순간의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를 반추하는 과정이 바로 내가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다.
사진은 항상 나의 감정과 시선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 순간을 찍을 때, 나는 단순히 어떤 장면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과 그때의 맥락, 그리고 그 장면이 내게 주었던 의미를 함께 담아낸다. 사진을 다시 볼 때마다 나는 그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떻게 다르게 느꼈을지를 되돌아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은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처음엔 그 장면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진은 나에게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함과 감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사진 속의 기억은 그 자체로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계속해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진의 특성은 내가 사진을 찍을 때 늘 염두에 두는 부분이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 그것이 내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이 나에게 주었던 의미를 내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찍은 사진 속에서는, 그 당시의 내가 느꼈던 감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들이 흘러가면서 그 감정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변화는, 결국 내가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은 기억을 고정시키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기억이 변하는 과정을 함께 담아내는 존재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순간들이 지나가고, 그 순간들이 기억으로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들은 점차 변화한다. 사진은 그 변화를 기록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내가 찍은 사진이 처음엔 어떤 감정을 담고 있었더라도, 그 사진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다. 사진은 그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