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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벗

구직골 패셔니스타_후남이네 할머니

할머니네 동네에는 5가구가 살지만,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시는 친구분은 한 분밖에 없다. 뒷집 할머니는 아프셔서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앞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성격이 너무 냉랭해서 이웃처럼 지내지 않는다고 하고, 5분 정도에 떨어진 곳에 집 중 한 곳은 노인 부부가 살고, 그 위에는 할머니의 가장 친구분이 사신다. 시골이라고 모두가 다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닌 것 같다.


할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분은 할머니보다 한 살이 더 많으신데, 아직도 집 앞 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 우리는 예전부터 그 할머님을 ‘후남이네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할머니의 자녀 분 이름이 ‘후남’이었다. 아마도 후남이 이름은 아닐 테고 동네에서 부르는 이름일 것 같다. 

연세는 우리 할머니보다 한 살 많아 여든 하나이신데 아직도 집 앞에 밭에 농사를 지으신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우리 할머니는 거동이 많이 불편해서 이제는 농사를 아예 짓지 못하시는데, 지팡이를 지시면서도 혼자서 꽤 넓은 밭을 혼자 농사를 지으신다. 


후남이네 할머니는 동네에서 유일한 할머니의 벗이 되어 주신다. 그리고 내가 안동에 있는 동안나에게도 좋은 벗이 되어 주셨다. 

아침을 먹고 할머니와 커피를 한 잔씩 먹고 후남이네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 할머니 친구분은 우리가 가면 자꾸만 먹을 거를 내오셔서 귀찮으실까 봐 일부러 커피까지 먹고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뭐를 챙겨주시려고 주섬주섬 먹을거리를 챙기신다. 

커피를 먹어서 괜찮다고 하니 고소한 율무차를 타 주시고 파전을 내오신다. 

티타임에 파전이라니!

역시 할머니들 스타일 너무 좋다. 배부르지만 내어오신 성의를 생각해서 몇 점 주워 먹었다. 

포크를 가져오셨지만, 할머니들에게 포크 따위… 그냥 손으로 집어 드신다. 

할머니 두 분이 얘기하시는 걸 들으면 너무 재미있다. 아무도 없는데 비밀 얘기를 할 때는 소곤소곤 그리고 기본적으로 2, 3번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신다.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만 할머니와 후남이 할머니 두 분이 얘기하실 때면 재잘재잘 참새같이 너무 귀여우시다. 

두 분이 소녀같이 얘기하는 걸 듣고 있으니 같이 사는 이 없이 외롭게 사시는데 그래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 이 두 분이 서로의 벗이 되어줄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남은 생 동안 하루라도 서로에게 벗이 되어서 외롭지 않으시면 좋겠다.

포크따위 ! 그냥 내어놓을 뿐 손으로 먹는 쿨한 할머니
따뜻한 보리차로 타 먹는 율무차
오른쪽이 후남이네 할머니 옻나무때문에 옻독이 올라서 오른쪽 얼굴이 부으셨다. 
할머니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에코백 가지고 쑥 캐러 갈채비
히트런
구직골 패셔니스타
한번 갈때마다 음료 기본 3개_율무차, 홍삼쥬스, 쌕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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