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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 두부조림

할머니의 레시피 여섯 번째 _ 두부조림

벌써 안동에서의 마지막 저녁이 되었다. 일주일이 정말 훅 하고 지나갔다. 회사 다닐 때는 그렇게 더디게 가던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다니!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께 “할머니 이제저 가면 또 심심하시겠다. 그죠~?”라고 물어보면 할머니는 “뭐.. 원래도 매일 혼자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말 끝을 흐리신다. 

표현은 잘 못하시지만 그래도 내심 서운하신 것 같으시다. 내가 특별하게 해 드린 건 없지만 그래도 삼시세끼 같이 밥을 먹고,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내가 있는 동안은 덜 심심하셨을 것 같다. 

할머니의 마지막 레시피는 두부조림이다. 내가 첫날 왔을 때부터 두부조림을 해달라고 해서 할머니께서 내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저녁용으로 해놓으셨다. 할머니의 두부조림은 내가 먹어 본 두부조림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간도 딱 맞게 맛있었다. 

엄마도 종종 두부조림을 해주곤 하는데, 엄마의 두부조림은 두부가 조금 퍽퍽한 느낌이었는데 할머니의 두부조림은 두부가 막 만든 거처럼 부드러웠고 양념이 잘 베어서 담백하고 입에 착 붙었다. 내가 먹었던 두부조림 중에 손꼽히게 맛있었다. 두부조림과 하얀 밥만 있으면 다른 반찬 없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부조림 한 조각을 하얀 쌀 밥 위에 올려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부드러운 두부의 식감과 탱글한 쌀밥의 식감이 잘 어울렸다. 첫날 먹었던 가자미조림과 같은 양념이지만 생선을 조렸을 때와 두부를 조렸을 때는 다른 느낌이었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밤도 이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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