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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한슬 Jun 10. 2021

2002 06 10

역사적 축구 대결을 TV로 보다

당초엔 오후에 나가기로 출판사 아가씨와 약속을 했는데, H한테 연락이 와서 오전에 나가다. 책의 최종 마무리를 H가 해 주니 고맙다. 몸이 안 좋아 마음이 아프다.


생선탕으로 점심을 하고 오후엔 3시 30분부터 한국 대 미국의 역사적 축구 대결을 TV로 보다. 선제골을 당하여 심란하던 차에 안정환 군이 헤딩 슛으로 동점골을 넣는다. 최사장, 서부장이 좋아라고 펄쩍펄쩍 뛴다. 16강이 보인다. 참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한 한국 팀이다.


기어이 1:1로 비기고 말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이 단연 우세한 경기였다. 다음 포루투갈전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혼자 구경을 하는 아내한테서 세 차례나 계속 전화가 걸려왔다. 무척 관심이 높다. 역시 애국심 때문이겠지.


2002년 6월 10일



할아버지가 마감에 늦어 가며 겨우 쓴 책은 「자네한테 내가 졌네」라는 제목의 글모음이었다.

 

2002년에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그 때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보였다. 그래서 안방에서 망원경으로 경기장 전광판을 보기도 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응원도 해 봤다. 깔려 죽을 뻔했다. 당시 엄마 회사가 광화문 사거리에 있어서, 모두 퇴근한 20층 사무실로 퇴각해서 과자 먹으면서 편안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주말 경기는 할머니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봤다. 나는 사실 지금도 축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지는 못한다. 후반전 들어가면 보는둥 마는둥 방에 들어가서 눕는다. 그 때는 어른들이 너무 격하게 반응해서 무섭고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엄청나게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아빠나 할아버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벌써 18년 전이라니. 하긴 내 첫 직장 사수는 너는 월드컵 때 맥주도 못 마셨냐고 했었다. 초등학생이었다고 했더니 충격 먹었다. 그 때 태어난 친구들이 이제 대학생인데.


할머니가 세 번이나 할아버지한테 전화했다는 게 너무 귀엽다. 그게 과연 할아버지 생각처럼 애국심 때문이었을까? 빨리 집에 들어와서 같이 보자는 연락이었던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조금 눈치가 부족한 것 같다... 


202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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