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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포 golfo Apr 01. 2020

시를 읽는 개인적인 방법

시는 읽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시는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접한 것 외에는 별로 찾아서 읽은 기억이 없다.
시는 소모성이 강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같은 경우는 읽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느끼고 깨달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된다.
그러나 시의 경우에는 읽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내용조차도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시는 그 읽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느꼈다.
소설은 내 삶에 있어서 한 번씩 되새겨지고, 되뇌어지며 나에게 계속 생각을 준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간이 더 흘러 소설을 많이 읽고 나니, 결국엔 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만 아는 것은, 글을 반만 아는 것이다.
눈에는 보이는 것만 들어오는 법.
글 그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느끼려면
시를 읽는 것 또한 불가피한 일이었다.

시를 기피한 기간이 길어졌던 만큼,
시를 읽는 것이 힘들었다.
좋은 시를 찾고 시에서 많은 것을 느끼기 힘들었다.
어떤 시를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황하던 나에게 창작과 비평 클럽 활동은 조금은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좋은 시들을 선정해 놓은 것이었겠지만, 창작과 비평 계간지의 모든 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창작과 비평 계간지에 실려있는 시들을 읽으며 느낀 것이 있다.
시는 형식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시는 줄글의 형태로,
어떤 시는 단어의 나열의 형태로,
또 어떤 시는 우리가 배워온 시의 형태로.

나는 시에서 자유를 느꼈다.
시의 형식에 정해진 것이 없다는 건,
시를 읽을 때도 정해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시는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데로,
자유롭게 읽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입장에서, 나는 나름의 시를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시를 읽으면서 담겨있는 의미보다는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집중하고 감탄하는 것이다.
나는 창작과 비평 계간지의 모든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을 뽑았다.

“나는 사랑이 끝난 몸을 아무렇게나 던져둔다.” (겨울에는 내내 텅 빈 것이 비치고, 류휘석, 124p)

이 한 문장에는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 문장에는,
인물의 감정, 현재 상황, 인물의 성향, 무기력함, 분위기, 체념,
이 모든 게 다 들어있다.

영화나 소설은 이 한 문장을 2시간씩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가는 한 편의 영화를 단 한 줄에 담아냈다.
시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한 줄에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시는 잘 모르겠지만,
감이 잡힐 때까지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어야겠다.


20.03.22. 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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