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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Mar 19. 2018

가장 영국스러운 베이킹

빅토리아 스펀지와 스콘

'영국 음식'하면 각자의 머릿속에 단편적으로 툭툭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피쉬 앤 칩스, 펍에서 마시는 에일맥주, 선데이 로스트,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티... 까지 잘 나가다가..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하며 이쯤에서 길이 막히는 것이 대부분일 터. 맞다. 영국 음식이라고 하면 이웃나라 프랑스, 스페인에 비해 그 종류나 맛에 있어서 (미안하지만) 형편없는 것이 사실. 그렇다면 디저트 류는 어떨까? 물론 페이스트리의 나라 프랑스에 비할 것은 못되겠지만 영국에도 나름대로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대표적인 디저트들이 있다. 많고 많은 것 중에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국 디저트는 바로 빅토리아 스펀지와 스콘. 흔히 애프터눈 티를 마실 때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디저트들로, 티를 마시는 영국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디저트가 아닐까 한다. 한국 빵집에 가면 무조건 곰보빵과 단팥빵이 있듯 영국 베이커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그냥 소개하면 재미없으니까,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으면 가장 맛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빅토리아 스펀지

빅토리아 샌드위치 혹은 빅토리안 케이크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빅토리아 스펀지는 홍차를 마실 때 스펀지 케이크 한 조각을 곁들이기를 즐겼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취향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스펀지케이크 두 슬라이스 사이에 딸기잼을 샌드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스펀지 케이크의 '플레인'한 특성상 취향껏 무엇을 샌드 하거나 곁들여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 적당한 무게감과 입안에서 포슬포슬 퍼지는 맛이 매력인 이 빅토리아 스펀지는 역시나 홍차에 우유를 조금 섞은 밀크티와 함께 할 때 그 맛이 가장 빛을 발한다. 홍차를 마실 때 설탕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스펀지케이크와 함께할 때는 홍차에 설탕을 섞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마치 초콜릿 케이크를 먹을 때는 씁쓰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 저녁식사 후의 디저트보다는 점심 식사 후의 디저트로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필자의 '상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레시피

영국 베이킹계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Mary Berry' 여사님의 레시피를 따랐다.

난이도

★☆☆☆☆

매우 쉬움. 오븐만 있다면 입문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진입장벽 낮은 베이킹.

 

재료

225g(혹은 8 oz) 버터 혹은 마가린. 얼거나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운 상태로.

225g(혹은 8 oz) 가루 백설탕(Caster sugar)

계란 4개

225g(혹은 8 oz) 밀가루(영문 레시피에는 Self-raising flour라고 나와 있음. 베이킹용 박력분이면 가능)

베이킹파우더 2 티스푼

필링과 토핑을 위한 딸기잼 혹은 라즈베리 잼 (혹은 본인이 원하는 재료. 필자는 휘핑크림과 생딸기를 사용)

그리고 케이크 틴 2개(둘레 20cm-약 8인치에 4cm 정도 깊이가 가장 이상적) & 유산지


만들기

1. 먼저 오븐을 예열합니다. 그릴 오븐에 180-200℃(350℉) 정도면 적당해요.

2. 케이크 틴 2개 각각에 유산지를 깔고 적당히 버터칠을 해줍니다. 반죽이 들러붙지 않게 하기 위함이에요.

3. 커다란 볼에 위의 재료를 모두(필링, 토핑용 재료 제외) 쏟아부어 넣은 후 핸드믹서로 골고루 섞어줍니다. (핸드믹서가 없다면 우드 스푼을 이용해서 손으로 힘껏 치대 주세요)

4. 반죽이 완성되면 케이크 틴 두 개에 골고루 나눠줍니다. 표면은 스푼이나 스패츌러로 편평하게!

5. 예열된 오븐에 넣고 약 25분 구워줍니다. 거의 다 익어갈 때쯤이면 부엌이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찰 거예요. 젓가락으로 쿡 찔러서 묻어 나오지 않으면 완성된 것. 그대로 꺼내어 틴에 있는 그대로 3-5분 정도 식혀줍니다.

6. 날카롭지 않고 무딘 칼(토스트에 버터 바르는 나이프 같은 거면 좋아요)로 틴 가장자리를 살살 긁어가며 틴과 케이크를 분리시킨 뒤 틴에서 꺼내 줍니다.

7. 틴에서 꺼낸 케이크는 랙위에 얹고 유산지를 제거해서 다시 또 한 김 식혀줍니다.

8. 두 개의 케이크 사이에 잼이나 혹은 원하는 필링 재료를 샌드 해줍니다.

9. 예쁘게 토핑을 한 후 홍차와 함께 서빙해주세요.


딸기잼 샌드대신 휘핑크림과 생딸기로 대신하였다. 빅토리아 스펀지라기 보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가까워진듯.
샌드로도 모자라 토핑까지 휘핑크림+생딸기 조합으로 마무리했다. 포슬포슬한 빅토리아 스펀지 식감이 촉촉한 크림과 잘 어울려 정말 맛있었다!


2. 스콘

한국에서도 여러 체인 카페를 비롯 많은 베이커리에서 스콘을 팔고 있고 이미 인터넷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올라와 있을 만큼 스콘은 널리 알려진 디저트이다. 이 스콘의 유래가 바로 영국이라는 것도 딱히 새로운 사실도 아닐 것이다. 스콘은 밀가루와 버터로 만든 공갈빵..? 같기도 한 것이 꽤나 퍽퍽하고 투박한 디저트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의 디저트 종류들은 유난히 포슬포슬하고 거친 식감인 것들이 많은 것 같아 의아하다가도 홍차에 우유를 넣어 먹는 영국의 티 문화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렇게 투박한 디저트를 즐기는 것에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콘은 단독으로 먹으면 별다른 맛이 없는(無)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주로 밀가루와 버터로만 구성되기 때문. 그러나 스콘은 역시 플레인 스콘에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여 먹을 때야 비로소 눈이 반짝 뜨이면서 '아! 영국 사람들 되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사는구나' 싶어 진다. 클로티드 크림이란 우유를 가열해서 만드는 크림으로, 얼핏 보면 노르스름한 것이 버터와 굉장히 흡사하게 생겼다. 낙농업이 특히 발달한 영국 남서부 지방(콘월-데본)에서 유래하였다. (콘월 지방엔 유제품- 치즈, 아이스크림, 크림 종류가 특히 유명) 따라서 영국에서 진짜 제대로 된 스콘을 먹고 싶다면 반드시, 꼭 콘월로 가기를 추천한다.


*레시피(아래를 참고했습니다)

https://www.bbc.co.uk/food/recipes/scones_1285

난이도

★★☆☆☆

재료도 간단하고 시간도 적게 소요되나 체력 소모가 좀 있음.


재료

225g(혹은 8oz) Self-raising flour, 즉 박력분

55g(혹은 2oz) 버터 - 깍둑썰기로 준비

25g(혹은 1oz) 가루 백설탕(Caster sugar)

150ml 우유

소금 한 꼬집

계란 1개

그리고 베이킹 트레이와 유산지 (옵션: 쿠키커터)

스콘 레시피의 하이라이트 - 버터 문대(?)기. 생각보다 꽤 힘들..

만들기

1. 220℃(425℉) 정도의 온도로 오븐을 예열합니다.

2. 밀가루와 소금, 버터를 한 볼에 담습니다. 깍둑 모양의 버터를 문대준 다는 느낌으로 비벼가며 섞어주세요. 스콘의 투박한 느낌을 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계입니다.

3. 잘 섞인 2의 반죽에 준비한 만큼의 설탕과 우유를 넣어 반죽을 찰지고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계속 치대다 보면 수제비 반죽처럼 되어요. 그러면 준비된 것입니다.

4. 반죽을 둥글려준 뒤 밀대를 이용하여 얇게 펴줍니다. 그리고 난 뒤 쿠키커터를 이용해서 반죽을 잘라내 주어요.(쿠키커터가 없다면 간장종지 같은 작은 그릇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5. 쿠키커터로 잘린 반죽을 유산지를 깐 베이킹 트레이 위에 얹어줍니다.

6. 계란 한 개를 잘 풀어서 베이킹 트레이 위의 반죽 덩어리들 위를 살짝 코팅해줍니다. 스콘의 겉모습을 조금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해줍니다.

7. 오븐에 넣고 15분 정도 굽습니다.

8. 오븐에서 꺼낸 후 한 김 식히면 완성.


계란물을 코팅해주면 구워진 뒤 겉모습이 더욱 노릇노릇해보여서 예쁘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콘월산 클로티드 크림 딸기잼과 함께 서빙.


영국의 티 문화를 잘 드러내 주는 가장 '영국스러운'  디저트 두 가지를 소개해보았다. 어느 문화를 이해하고 생활을 조금 더 깊이 들여보고자 할 때 그들이 먹는 '음식'을 알아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만큼 그 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절대로 어렵지 않은 기본 영국식 베이킹. 누구나 다 한 번씩 도전해보시길. 홍차에 우유 넣는 것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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