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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Dec 30. 2020

인재가 찾아오게 만드는 비결, 인바운드 리크루팅

미국 마케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허브스팟' 사례

Copyright (C) Andrey Popov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믿을만한 자산은 결국 사람이다. 업계에서 엔젤투자자로 꽤 이름을 알린 지인을 만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 : "도대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초기 벤처에는 무엇을 보고 수십억씩 투자를 합니까?"

지인 : "아이디어보다도 경영진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이는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말이다.


이 글은 인지도도 높지 않고, 자금도 풍부하지 않은 회사가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인재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수 있는 회사라면 인재 확보에 대한 걱정은 덜하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는 이름도 생소하고, 자금도 풍부하지 않다. 게다가 이런 회사일수록 인재 한 명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데,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채용을 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시장 세분화, 그리고 고객 집착에 있다. 채용도 유사하다.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상대로(혹은 덜 유명한 기업이 유명한 기업을 상대로) 인재를 확보하고 싶다면 인재를 세부적으로 타겟팅하고, 인재 관점에서 채용 활동을 재설계해야 한다.


<목차>

1. 채용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
2. 인재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의 모습
3. 인재가 몰려드는 기업, 허브스팟 소개
4. 허브스팟의 인바운드 리크루팅 방법론
5. 허브스팟 사례에서 배운 교훈 3가지




1. 채용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


기업마다 인재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이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PwC의 <2020 Annual CEO Survey>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CEO의 74%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년 전보다 11%p 증가한 수치이다.


지원자 선발 역량을 강화한다고 해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외부 인재 확보 활동을 지원자 선발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채용공고만 올리면 지원자가 몰리는 대기업일수록 보편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도 수시로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발하지만, 결국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럴 때면 경영진과 채용 담당자들은 "인재가 없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은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인재가 회사에 지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채용 마케팅(Recruitment Marketing)에 주목하라. 마케팅은 고객이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일련의 활동이다. 채용 마케팅은 외부 인재가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즉, 채용 마케팅은 외부 인재에게 지원서를 접수받고 본격적인 선발 절차를 진행하기 이전에 수행하는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채용 마케팅은 3단계로 구성된다. ▲ 외부 인재에게 회사를 인지시키고(Awareness) ▲ 외부 인재가 회사를 이직 후보 중 하나로 고려하도록 하며(Consideration) ▲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는(Interest) 활동이다.

채용 마케팅(Recruitment Marketing)과 채용(Recruiting)의 관계. (출처:TalentLyft)


지금 인재가 몰려든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국내 유명 전자회사인 A사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입사원 지원자 명단에서 국내 상위 대학 공대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 겨우 한 두 명 있는 수준이다. 경력직 채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A사의 경영진은 그동안 회사의 인지도만 믿고 외부 인재 확보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사이 외부 인재들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점점 떨어졌다. A사는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채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인재들 사이에서 한번 잃어버린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 인재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의 모습


인재는 일반 지능이 높으면서도,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을 축적한 사람이다. 일반 지능이 높은 사람은 어떤 일을 맡겨도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을 축적한 사람은 회사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 회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 따라 어떤 사람을 인재로 정의하느냐는 달라진다.


또한 인재는 본인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눈은 사실 비슷하다. 한 기업에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경쟁사에서도 인재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인재는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채용 제안을 받는다. 인공지능 알파고로 유명한 영국의 벤처기업 딥마인드는 2014년에 5,000억 원의 투자를 받고 구글에 합류했다. 당시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 페이스북, MS, IBM 등이 실제로 딥마인드에 인수를 제안했거나, 인수에 관심을 가진 걸로 알려졌다.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2015년 Wired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미션과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이 구글에 합류하게 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보통 회사는 경영진 등 고위급 임원을 영입하는 경우에는 인재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려 한다. 경영진의 선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진이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외부에서 우수한 경영진을 영입하기 위해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많은 회사에서 직원을 영입하는 경우에는 유독 회사가 '갑'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 같은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인재에게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대한다. 채용 일정, 방식, 절차, 정보 등을 일방적으로 인재에게 제공하고, 인재의 개인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인재에게 짧은 시간 내에 회사에서 왜 당신을 채용해야 하는지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회사가 스스로 우위에 있다는 듯이 행동하면 인재도 이를 알아차린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인재 입장에서는 굳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대하는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인재에게 일방적인 기업은 어떤 모습인가?


첫째, 인재에게 회사를 알리기에 소극적인 기업이다. 오랜 업력을 가진 대기업이나, 유명 스타트업 같이 구직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회사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인재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재들이 생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인재 채용 수단으로 채용공고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에 올라온 정규직 채용공고만 해도 14만 건에 이른다. 인재들은 굳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회사에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 학교에 설명회를 나가든, 헤드헌터를 고용하든 상황은 같다. 외부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면 채용공고를 올리기 이전에 경영진부터 나서서 인재들을 발굴하고 회사를 알려야 한다. 또한, 인재들이 회사에 대해 언제든지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당장 사람이 필요할 때만 채용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대부분 회사의 채용 활동은 회사 내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인력 이탈 등으로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경우에 급박하게 시작된다. 채용 공고 마감일이 대부분 1달 이내로 올라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직 준비에만 평균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만약 이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인재라면 해당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이직할 의사는 있으나 이직 준비는 안 되어 있는 인재를 '잠재적 이직자'라고 한다. 사람을 매번 급하게 구하는 회사는 잠재적 이직자들을 채용 대상자에서 배제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채용 플랫폼인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잠재적 이직자의 비중은 직장인 전체 56.9%였다. 반면, 이직 준비를 마치고 적극적으로 이직을 알아보는 직장인의 비중은 28.6%였다. 급하게 인재를 구하는 기업은 전체 직장인 중 28.6%만을 대상으로 채용 활동을 하는 셈이다. 잠재적 이직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채용 활동 병행되어야 한다.

출처: 잡코리아(2020.7.30)

셋째, 외부 인재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업이다. 인재는 자신이 일하게 될 회사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다. 예를 들어 ▲ 조직 문화가 어떤지 ▲ 어떤 일을 맡게 될지 ▲ 같이 근무할 사람은 괜찮은지 ▲ 근무 환경은 어떠한지 ▲ 급여와 복리후생은 어떤지 등 많은 부분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회사의 채용 담당자들은 이 같은 정보들을 외부 인재들에게 알려주는 걸 극도로 꺼린다. 외부 인재가 회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우선 합격하라고 한다. 합격하면 알려줄 것이고, 합격하면 알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다. 국내 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이직한 직장인 중 22%가 이직 후 3개월 이내에 조기 퇴직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기 퇴사 사유는 주로 기대와 다른 업무, 근무환경, 조직 문화 등이었다. 인재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외부 인재를 채용하고자 한다면 인재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인재가 회사에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인재를 존중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선, 채용 공고 외에 회사를 인재에게 알리는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당장 채용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부 인재와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재가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은 적극적으로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어서 소개할 기업 '허브스팟'의 사례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3. 인재가 몰려드는 기업, 허브스팟 소개


허브스팟 로고


허브스팟은 소위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인바운드 마케팅'(Inbound Marketing) 개념을 만든 회사이다. 하브스팟은 2006년 설립된 미국의 마케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MIT 경영대학원 출신 2명인 브라이언 할리건(Brian Halligan)과 다메쉬 샤(Dharmesh Shah)가 공동창업자이다. 현재 연매출 약 9천억원, 종업원수는 전 세계 4,0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허브스팟은 자신들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인재 채용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인바운드 리크루팅'(Inbound Recruit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허브스팟의 두 창업자. 브라이언 할리건(좌), 다메쉬 샤(우)


인바운드 리크루팅은 외부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찾아오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인바운드 리크루팅이 생소하다면 지역에 소문난 음식점에 고객이 몰려드는 원리를 떠올리면 된다. 소문난 음식점은 고객의 마음을 끄는 특별한 무언가를 갖추고 있다. 한번 방문한 고객들은 그 음식점만의 특별함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이렇게 음식점에 만족한 고객들이 많아지면 음식점은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찾아오게 된다. 먼 거리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한번 입소문이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입소문의 효과는 오랫동안 유지된다. 인바운드 리크루팅도 이와 유사하다. 회사만의 특별함으로 직원들을 만족하게 만들면, 직원들이 외부 인재들을 회사로 데려오게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인바운드 리크루팅은 특히 직원 레벨의 인재 채용에서 효과가 크다. '인바운드 리크루팅'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웃바운드 리크루팅'이다. '아웃바운드 리크루팅'은 회사가 외부 인재를 직접 발굴하고, 설득과 협상 과정을 거쳐, 인재를 영입하는 방법이다. '아웃바운드 리크루팅'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아주 구체적인 역량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단기간에 찾는 데에 적합하다. 기업들은 주로 C-Level 같은 고위급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할 때 '아웃바운드 리크루팅' 방식을 활용한다. 그 이유는 회사가 직접 인재를 발굴하고, 인재를 회사로 데려오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직원 레벨의 인재를 직접 발굴하고 인재풀로 관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회사에서 채용하는 직원이 한 두 명이 아니고, 부서별로 필요한 역량과 경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회사는 헤드헌팅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수준에서 타협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재를 직접 찾아다니는 방식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인재풀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인바운드 리크루팅은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은 단점이다. 그렇지만 입소문을 만들어 회사가 일일이 발굴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범위의 인재들이 스스로 회사로 찾아오도록 도움을 준다.


허브스팟은 인바운드 리크루팅을 활용해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 출신 혹은 하버드, MIT 같은 글로벌 최고 대학 졸업생들 같은 인재들이 허브스팟을 찾고 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다수의 인재가 허브스팟에 합류했다. 링크드인에서 허브스팟 임직원들을 검색해 보면, 과거의 화려한 면면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허브스팟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Managing Director인 Shahid Nizami는 2018년에 구글에서 이직했다. 미국 본사에서 제품 마케팅을 맡고 있는  Ryan Batter와 Bryan Hoy는 하버드 MBA를 졸업한 후 각각 2019년과 2018년에 허브스팟에 합류했다. 허브스팟의 채용 마케팅 담당자인 Hannah Fleishman는 허브스팟에서 채용 목적으로 관리 중인 인재풀 중 70%가 스스로 회사에 지원했다고 한다. 즉, 회사에서 직접 우수 인재를 발굴한 비중은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CEO가 미국 등 현지 채용에 직접 나서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는 대비가 된다.


게다 고용주로서 허브스팟의 평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채용 플랫폼 글래스도어(Glassdoor)는 매년 구직자들에게 일하기 좋은 기업 100개를 선정한다. 2020년에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허브스팟을 1위로 선정했다. 글래스도어의 월 방문자수가 6,700만명이다. 글래스도어를 방문하는 구직자들은 허브스팟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중에는 여러 회사에서 탐내는 인재들도 포함이 되어 있다.

출처: 글래스도어 홈페이지




4. 허브스팟의 인바운드 리크루팅 방법론


허브스팟은 모든 채용 과정에서 '채용 후보자 경험'(Candidate Experience)을 중시한다. 허브스팟 채용팀의 미션 자체가 채용 후보자 경험을 높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채용 후보자 경험은 채용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외부 인재가 회사와 상호작용하면 느끼는 경험을 의미한다. 외부 인재가 채용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질 수도 혹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허브스팟은 모든 채용 단계에서 외부 인재가 차별화된 채용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차별화된 채용 경험이 인재들 사이에서 회사에 대한 입소문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팀은 정해진 일정 내에 사람을 구하는 비율이나, 채용수락률로 평가받지 않는다. 오직 채용 후보자 경험으로 평가받는다. 채용 후보자 경험에 대한 평가는 채용 과정에 참여한 인재들이 글래스도어에 올린 인터뷰 후기 평점과 코멘트로 확인한다.


허브스팟의 인바운드 리크루팅은 4단계로 구성된다. 유인(Attract) - 전환(Convert) - 친밀(Close) -  만족(Delight) 단계이다. 각 단계를 거치면서 회사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Strangers)이 회사를 알게 되고(Visitors), 먼저 찾게 되고(Leads),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Candidates), 직원으로서 회사의 홍보대사가 되는(Promoters) 과정으로 진화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허브스팟은 채용 후보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 외부 인재와의 개인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한다. 개인적인 관계는 회사와 외부 인재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상호 자발적으로 한 단계씩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다. 이는 회사가 '갑'인 듯 정해진 일정과 절차에 따라서 모든 인재들을 획일적으로 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인바운드 리크루팅 방법론 개요 (출처: 허브스팟)


4.1 인바운드 리크루팅의 첫 번째 단계 : 유인(Attract)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를 유인하는 채널로 블로그를 활용한다. 유인 단계는 회사를 모르는 외부 인재(Strangers)에게 회사를 알리는 단계이다. 블로그 콘텐츠는 외부 인재가 직접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발견이 된다. 즉, 발견만 된다면 블로그 콘텐츠는 외부 인재에게 유익할 정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외부 인재가 해당 콘텐츠를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는 어디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될 것이다. 보통 회사 인지도를 높여야 된다고 하면 광고를 쉽게 떠올린다. 허브스팟은 광고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광고가 회사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그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회사의 광고는 외부 인재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일종의 스팸 정보처럼 인식되기 쉽다.


출처: 허브스팟 블로그(blog.hubspot.com)


허브스팟의 블로그 콘텐츠는 중점 채용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허브스팟이 블로그를 인재 유인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에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지가 중요하다. 허브스팟은 마케팅 전문 기업답게 마케팅과 관련한 최신 트렌드 및 방법론에 관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각 콘텐츠들은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문가가 예상하는 소셜미디어 비디오 광고의 미래, ▲최고의 마케터가 사용하는 8가지 템플릿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실패하지 않는 5가지 비법 같은 콘텐츠이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마케팅 콘텐츠를 올리는 이유는 해당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회사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인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블로그에 잡다한 콘텐츠를 올릴 경우 블로그로 유입되는 트래픽 자체는 증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로그로 유입되는 사람 중 누가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 선별하기는 어려워진다.


허브스팟은 세밀한 타겟팅 작업을 통해 콘텐츠 키워드를 도출한다. 키워드 발굴 작업은 먼저 회사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가상의 인물인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 페르소나는 이력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외에도 회사 지원 동기, 가치관, 업무 스타일, 인간관계, 취미 활동, 성장 배경 등과 같은 개인적인 특성까지도 구체화한다. 페르소나를 설정한 후에는 주변 사람 중에서 페르소나와 가장 유사한 실제 인물을 찾는다. 그리고 이 인물이 어떤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예를 들어 ▲ SNS에서 어떤 내용의 글을 공유하는지 ▲ 주변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 어떤 그룹에서 활동하는지  ▲ 어떤 인물, 단체,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들이 포함된다. 해당 인물에 대해 조사된 내용을 종합해 회사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가 관심을 가질만한 키워드들을 도출한다. 이처럼 세밀하게 키워드를 도출하는 이유는 블로그 운영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작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회사가 생각하는 인재들이 해당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블로그 운영에 투입된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허브스팟 블로그에 올라온 모든 콘텐츠들은 인재와 관계를 맺는 통로로 활용된다. 허브스팟의 모든 블로그 글에는 방법론 툴킷, 상세 가이드라인, 케이스 스터디 같은 추가 자료가 첨부되어 있다. 해당 자료는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이 자료를 받기 위해서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회사 이름, 웹사이트 주소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적도록 하고 있다. 외부 인재가 허브스팟에 기본 정보를 제출하면 해당 정보는 허브스팟의 채용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전달이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허브스팟과 외부 인재와의 개인적 관계가 시작된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허브스팟 블로그로 유입되었다는 것은 마케팅과 관련해서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대개 더 구체적이고, 더 전문적인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허브스팟은 이 지점에서 허브스팟을 모르는 사람(Stranger)을 허브스팟을 아는 사람(Visitor)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4.2. 인바운드 리크루팅의 두 번째 단계 : 전환(Convert)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로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전환 단계의 목적은 허브스팟을 알고 있는 인재(Visitors)를 허브스팟에서 일하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허브스팟의 조직문화는 <Culture Code>라는 이름의 128페이지 PPT 파일로 명문화되어 있다. 허브스팟은 <Culture Code>를 외부에도 공개하고 있다. 조직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조직 외부 인재들에게도 허브스팟의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창업자이자 CTO인 다메쉬 샤(Dharmesh Shah)는 "고객이 멋진 제품에 끌리듯, 인재는 멋진 문화를 가진 기업에 끌리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한다.


허브스팟의 10개 Culture Code


허브스팟은 자신만의 매력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허브스팟은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며 외부 인재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례로 허브스팟은 조직 내 극단적인 정보 투명성을 강조한다. 허브스팟의 공동창업자들은 첫 번째 직원을 고용할 때 직원에게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공유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이 같은 방침은 유지되고 있다. 허브스팟은 법적으로 공유가 금지된 법률 및 급여 부서의 정보를 제외한 모든 사내 정보를 전 직원에게 공개한다. 2014년, IPO를 할 때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정보에 접근 권한이 높은 내부자(Insiders)를 지정해야 했다. 보통 기업들은 6-10명 정도를 내부자로 지정한다. 허브스팟은 당시 모든 임직원이었던 1,000여명을 내부자로 지정했다. 이 같은 일은 미국 증권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이 사례는 허브스팟에는 밀실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이 없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외부 인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들에게 조직문화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허브스팟은 기업 평점 사이트에 올라오는 직원들의 익명 코멘트마저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CPO(Chief People Officer)가 직접 모든 코멘트에 댓글을 달며 익명의 직원들과도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해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명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을 약속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로 대화를 제안하기도 한다. 허브스팟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은 허브스팟의 현직자들이 올린 코멘트와 CPO가 직접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허브스팟은 완벽한 기업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외부 인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보통 기업들은 이 같은 익명의 직원이 올린 부정적인 의견을 무시하거나, 해당 사이트에 코멘트 삭제를 요청하거나, 외부에 불만을 올린 직원을 찾아내 징계를 내리려고 한다.


기업 평점 1점 준 익명의 직원 코멘트에 CPO가 직접 댓글 (출처: 글래스도어)


허브스팟은 외부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정직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회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재 채용에 유리하다고 믿는다. 외부 인재들이 기업에 완벽한 조직문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정직한 조직문화에 더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래스도어에 올라온 익명의 부정적인 코멘트들에도 변명을 하지 않고,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정직해야 한다는 방침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좋은 모습은 과장되게 설명하고, 안 좋은 모습은 숨기려고 한다.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때문에 인재가 회사에 들어왔다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4.3. 인바운드 리크루팅의 세 번째 단계 : 친밀(Close)


인재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회사에 지원한다. 친밀 단계의 목적은 허브스팟에 일하고 싶어 하는 인재(Leads)들이 실제로 채용공고에 지원하거나, 채용 후보 Pool에 채용 후보자(Candidates)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인재들이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인재가 회사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 이력서를 제출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고민의 근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원한 회사에 합격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고, 다른 하나는 막상 합격해도 회사에 기대한 부분과 실제가 다를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허브스팟은 인재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허브스팟은 인재들이 지원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허브스팟에서 일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허브스팟은 '커리어 블로그'를 운영한다. '커리어 블로그'는 지역별, 부서별, 채용 유형별로 다수의 현직자들과의 Q&A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Q&A는 공통 질문으로 구성이 된다. 질문은 주로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현재 맡고 있는 직무는 무엇인지? ▲일상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업무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허브스팟에 오면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지? ▲복리후생은 무엇이 있는지? ▲해당 직무에 지원하려는 지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회사에 처음 들어오면 온보딩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허브스팟에 꼭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허브스팟 커리어 블로그(www.hubspot.com/careers-blog)


허브스팟은 모든 외부 인재들에게 채용 절차와 준비 포인트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허브스팟의 채용 페이지에 접속하면 오른쪽 하단에 작은 영상이 팝업처럼 뜬다. 팝업 페이지에는 외부 인재들이 어떻게 하면 채용 절차를 잘 준비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해당 영상들은 지역별 채용 담당자들이 직접 업로드하고 있다. ▲이력서는 어떻게 작성하면 눈에 띄는지? ▲화상 면접과 대면 면접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개발자들의 코딩 역량은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채용 담당자들의 답변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 허브스팟은 채용 페이지를 조금만 살펴본다면 외부 인재 누구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허브스팟 채용 홈페이지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가 현직자 및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운영한다. 허브스팟은 기업형 메신저 슬랙(Slack)을 활용해 외부 인재들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있다. 허브스팟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슬랙에서 질문한 내용은 모두 공개된다. 특정 포지션에 대한 향후 채용 계획을 묻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허브스팟의 채용담당자 혹은 관련 실무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직접 답변을 달아준다. 허브스팟은 이처럼 외부 인재들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하면서 장기적으로 외부 인재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외부 인재들도 지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현직자들과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직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출처: https://www.sourcecon.com/how-to-build-a-talent-community-with-slack/


4.4. 인바운드 리크루팅의 네 번째 단계 : 만족(Delight)


허브스팟은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만족 단계는 허브스팟에 채용된 인재가 허브스팟을 외부 인재에게 적극 홍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허브스팟에서 조직문화는 직원들이 업무를 최고로 잘 해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창업자인 다메쉬 샤는 "컴퓨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인 OS(Operating System)가 필요한데, 기업에게는 조직문화가 바로 OS 역할을 한다"라고 말한다. 허브스팟 창업자들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2010년, 허브스팟은 전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허브스팟에서 일하는 게 행복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직원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일하는 나도 행복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그때 창업자들은 "허브스팟 직원들이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면, 그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내부 직원을 넘어 외부 인재에게까지도 말이다.


허브스팟은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허브스팟은 2010년부터 매분기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 질문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허브스팟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것인지?"(직원추천지수)를 묻는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직원들은 0-10점 범위 내에서 객관식으로 응답을 한다. 허브스팟은 매분기별로 해당 점수의 추이를 모니터링한다. 회사 전체 차원에서, 지역별로, 부서별로 세분화해서 점수를 확인한다. 허브스팟의 직원추천지수는 고객추천지수인 NPS(Net Promoter Score)에서 따왔다. 당장 매출과 수익이 나오진 않더라도 고객추천지수가 높은 회사라면 향후에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허브스팟이 직원추천지수를 활용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직원들이 허브스팟을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을수록 장기적으로 허브스팟이 외부 인재들에게 채용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허브스팟은 조직문화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하는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매분기마다 진행되는 설문조사의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직원추천점수)에 대해 점수를 그렇게 준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두 번째 질문은 주관식이다. 직원들은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 허브스팟에서 일하면서 만족하는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허브스팟은 CPO 산하에 조직문화 개선 업무를 맡고 있는 Culture Team을 두고 있다. 2014년에 만들어진 이 팀의 역할은 <Culture Code>에 명문화되어 있는 내용과 직원들이 실제 행동 사이에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Culture Team은 초창기에 호텔 업계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던 사람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호텔 업계에서 고객 서비스를 하던 정신으로 내부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회사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Culture Team에서 직원들의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매겨서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투자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부모를 위한 양육 시설을 짓고, 육아 휴가를 확대하는 데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직원들이 부모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에게도, 직원에게도, 외부 인재 채용에도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허브스팟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임직원들이 개인 SNS에 허브스팟을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만다. 회사가 임직원들을 고심해서 채용한 만큼 이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외부 인재 입장에서도 평소에 잘 알고 있는 지인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직접 추천한다면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브스팟의 창업자 다메쉬 샤는 "허브스팟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야말로 브랜드 홍보대사(Brand Ambassador)이다."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해쉬태그로 #Hubspotlife를 검색해 보면 허브스팟 직원들이 올린 게시글이 7,809개 검색이 된다.('20.12.26 기준) 이 게시글들은 허브스팟 직원들의 회사에서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이중 허브스팟의 공식 계정을 통해 올라온 글이 1,500개 정도이다. 나머지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내용이다. 임직원들의 개인 SNS를 통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회사가 홍보가 되고,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5. 허브스팟 사례에서 배운 교훈 3가지


허브스팟은 '인바운드 리크루팅'이라는 방식을 활용해 직원 레벨의 외부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허브스팟 사례를 살펴보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회사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려 적합한 인재가 회사에 지원하도록 한다.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전문적인 마케팅 콘텐츠를 블로그에 올리고, 명문화된 조직문화를 공개한다. 그 이유는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와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재에 타겟팅하기 위한 목적이다. 예를 들어, 허브스팟은 '겸손함'을 중요한 자질로 강조한다. 외부 인재들에게도 회사에 들어와서 동료들로부터 겸손하지 않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는 인재는 허브스팟에 매력을 느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인재는 허브스팟에 관심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장치는 일종의 사전 스크리닝 역할을 한다. 회사에 지원한 인재는 회사의 정체성에 공감하는 인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 채용 과정에서 인재와 맞춤형 소통으로 감동을 제공한다.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가 회사에 궁금한 내용들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채용담당자의 영상, 현직자의 Q&A 게시글 등이 올라와 있다. 게다가 외부 인재 누구나 공개적으로 질문하고 채용담당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소통 과정은 모두 지원서를 접수하기 이전에 진행된다. 허브스팟은 외부 인재가 궁금한 사항은 모두 확인하고 난 이후에 회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채용 후보자 경험을 높이는 데에 중요하다. 채용 과정에서 허브스팟을 인상적이라고 느낀 인재들은 설령 채용되지 않더라도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이들은 다른 외부 인재에게 허브스팟에게 받은 감동을 생생히 증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직원들을 홍보대사로 활용해 외부 인재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허브스팟의 직원들은 개인 SNS를 통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허브스팟이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매분기별로 직원들에게 '회사를 주변 지인에게 추천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 더 나은 회사가 되도록 개선했다. CPO가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미션을 부여받았었는데, 이를 위해 호텔 업계에서 고객 서비스를 하던 인재를 영입하기도 했다. '고객을 서비스하듯, 직원에게 서비스한다'는 인사팀의 관점이 인상적이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 주면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회사의 홍보대사가 된다. 현직자들이 추천하는 회사는 외부 인재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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