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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Mar 08. 2023

응원받으며 일하는 기분

부서장이 되고 달라진 점 - 5편 [네트워킹]

회사에서 부문 리더가 되었습니다. 부문은 여러 팀을 묶은 상위 조직입니다. 부문 리더가 되니 팀 리더일 때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부문 리더는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새로운 역할 경험을 통해 배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틈틈이 부문 리더 역할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5번째 순서로 네트워킹에 대한 내용입니다.


1) 자기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링크)
2)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링크)
3) 연봉 면담, 잘할 수 있을까? (링크)
4) 회의도 발표도 즉흥 연주처럼♪(링크)


5) 응원받으며 일하는 기분



작년에 회사 소개 겸 세미나 요청을 받았다.

대상은 중저소득국 보건전문가 20명.

같이 간 동료가 발표와 제품 시연을 맡고

나는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을 맡기로 했다. 


행사 당일 어쩌다 보니 행사장에 일찍 도착했다. 

주최 측 관계자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길래

내 소개를 하면서 나도 돕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관계자로부터 뜻밖에 얘기를 들었다.

"저 사실 노을 주주예요."

주주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자신이 주주임을 밝힌 사람들 중에는

회사 내부 정보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 내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관계자는 회사에 투자한 배경을 말해줬다.

"노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투자했어요!"

"공공보건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거든요"

자기 말고도 공공보건 분야 종사자들 여럿이

회사를 좋게 보고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 행사에 회사를 초청한 이유도

중저소득국가 고위급 보건전문가들에게

노을이라는 회사가 한국에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귀띔해줬다. 


관계자의 바람이 참석자들에게 닿았을까

회사 소개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시간이 넉넉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석자 모두를 회사로 초대하고 싶었다.

밑져야 본전이니 관계자에게 부탁을 했다.

"이분들 회사로 초대해도 괜찮나요?"

관계자는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일정 마지막날 예비일로 하루를 잡았는데

참석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참석자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1주일 뒤...

전 세계 보건전문가 20명이 회사를 방문했다.

당일 회사는 하루종일 북적북적 축제 분위기였다. 


회사 초청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회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창업스토리, 기술 혁신, 인적 자원, 생산 역량 등

모든 측면에서 자신들의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참석자 다수는 회사가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국가의 의료기관 및 정부기관 소속이었다.

회사 초청 세미나로 여러 국가에서 시장 진입을 

도와줄 든든한 아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출장비와 논의 기간 등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회사 초청 세미나의 경제효과는 수 억 원에 달했다.

회사를 응원하는 외부 관계자 한 사람 덕분에

이처럼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회사 안에 이 같은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과제 심사, 상장 심사, 인재 영입, 현지 출장 등

중요 분기점마다 각재각소에 있던 사람들이 

회사를 응원하고 도왔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처음엔 노을이 

그저 운 좋은 회사라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응원을 이끌어내는

노을만의 비결이 있는 듯하다.

내부에서 보니 우선 4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1) 창업 배경과 지향점이 남다르다.

회사는 사회에 필요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

이는 회사가 전 세계 유일의 혁신 기술을 가지고서

저소득국 중심의 말라리아 진단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검사 1건당 수익이 우선이었다면

선진국 중심의 질병을 먼저 고려했을 텐데,

회사는 지금도 사업 우선순위를 검토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참고로 전 세계 말라리아 확진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의심 환자수는 매년 4억 명이 넘는다.


2) 목표를 향해 꾸준한 진전을 보여준다.

회사는 창업 초기 시제품도 없을 때부터

WHO 등 국제기구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당시에는 국제기구 담당자들이 관심은커녕

오히려 귀찮아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너네 같은 회사 수두룩해~ 잘해봐"라며...

이후로 7년이 넘게 꾸준히 연락하며

말라리아 진단 혁신 제품을 완성하고 

성공사례를 하나씩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유사 콘셉트의 경쟁업체도 있었는데

거기는 돈이 안 된다며 중간에 사업을 접기도 했다.

현재 상용화된 말라리아 진단 혁신 제품은 

노을의 제품인 마이랩이 유일하다.

노을 같이 꾸준한 회사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3) 잘못한 일은 사과하고 책임을 다한다.

외부 기관들과 협력할 기회가 많은데

과거에는 관리가 미흡했던 경우도 있었고

협력 과정에서 담당자 실수가 있기도 했다.

잘못을 모르면 몰랐지 잘못을 알게 된 후에는

CEO 포함 리더들이 나서서 사과하고

최선을 다해 수습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

먼저 잘못을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본

협력기관들은 회사와 갈등을 겪은 이후에

오히려 회사를 더욱 신뢰하게 된 듯하다.


4) 초청해 준 자리에 성심을 다한다.

상장 이후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여기저기 초청받는 자리도 많아지고 있다.

그중 창업 초기에 도움을 주셨던 기관에서

초청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다.

다른 자리는 몰라도 창업 초기부터

관심 갖고 도움 주신 분들의 초청 자리는

가급적 CEO 본인이 직접 참석하려고 한다.

당시 같이 도움 받은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실무자를 대신 보내는 것과 비교가 된다.

키워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랄까?

회사 경영진들은 아직도 창업 초기에 도움 받은 

그 마음을 감사하게 간직하고 있다.




위에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응원을 이끌어 냈던 비결은

- 진정성 있는 목표를 향해

- 흔들림 없이 꾸준히 나아가며

- 잘못한 일에는 용서를 구하고

- 도움받은 감사함은 잊지 않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선배들이 만든 신뢰의 토대 덕분에

외부 관계자들에게마저 응원을 받고 있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며 일하는 기분이 뿌듯하다. 


이제 나도 리더로서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접점을 늘려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나 역시 선배들이 만든 튼튼한 토대 위에

다만 몇 개의 돌멩이라도 얹고 싶은 마음이다.

외부 네트워킹을 하며 작은 소망이 있다면

같은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동료들이 

그리고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동료들이

자신이 속한 이 회사를 지금보다 더욱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런 조직에 기여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우상혁 선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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