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라떼샷추가 Apr 27. 2023

막내 팀원의 리더십 멘토링

부서장이 되고 달라진 점 - 6편 [리버스멘토링]

회사에서 부문 리더가 되었습니다. 부문은 여러 팀을 묶은 상위 조직입니다. 부문 리더가 되니 팀 리더일 때와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부문 리더는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새로운 역할 경험을 통해 배울 생각을 하면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 틈틈이 부문 리더 역할을 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6번째 순서로 네트워킹에 대한 내용입니다.


1) 자기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링크)
2) 담대하게 외쳐라 "책임질 테니 진행해!" (링크)
3) 연봉 면담, 잘할 수 있을까? (링크)
4) 회의도 발표도 즉흥 연주처럼♪(링크)
5) 응원받으며 일하는 기분 (링크)


6) 막내 팀원의 리더십 멘토링


1년간 같이 일한 팀원이 퇴사를 한다. 그 팀원과는 처음 같은 팀이 되고나서부터 매주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일반적인 멘토링이 그렇듯 사회생활 선배인 내 경험과 역량을 후배에게 공유하는 자리로 활용되었다. 최대한 팀원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실제로 팀원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팀원이 퇴사 예정임을 내게 알렸을 때, 나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남은 1달간은 앞으로 리더 역할을 계속해야 할 나를 위해 멘토링과 피드백을 해달라고. 팀원은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조언을 받고 싶다는 걸 이해했고, 남은 기간 동안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겠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분기마다 동료피드백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팀원들한테 피드백을 받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퇴사를 앞둔 상황에서 팀원이 내게 주는 피드백은 더 진솔한 내용일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팀원이 준 피드백의 주된 내용은 리더로서 팀원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늘리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같이 밥도 먹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나누고, 시간 내서 워크숍도 가는 등 서로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같은 팀으로 서로를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해 줬다. 다른 부서에서는 회식도 하고 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부러웠다고 했다. 그렇다고 부서에서 가장 막내인 자기가 먼저 이런저런 활동을 제안하기에는 분위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한참 고민에 빠졌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는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었다. 일 자체가 재밌고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점심은 대충 때우거나 먹어도 사람들 없는 시간에 혼자서 먹었다. 부서 사람들과도 회의 시간에 업무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팀원들의 개인적인 삶과 고민을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 그런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시간을 쓰기가 아까웠달까. 그러다 보니 부서 분위기도 각자가 자기 할 일을 알아서 해내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그런데 팀원들 중 몇몇은 소속감과 관계적인 부분이 안정이 되어야 더 일에 동기부여를 느끼는 듯했다. 


피드백을 받고 나서 팀원의 말대로 해보기로 다짐했다. 퇴사 예정인 팀원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에는 피드백을 내 맘대로 골라서 받을 생각은 없었다. 설령 내 방식과 내 선호와 다르더라도 어떤 피드백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냥 한번 피드백을 들어보자는 마음이었으면 피드백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거다. 팀원에게도 내게도 서로 무의미한 시간일 게 뻔하니까. 


피드백을 받고 처음으로 점심시간에 부서 회식을 잡았다. 별거 아닌 일인데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팀원들이 회식을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부서 회식이 쓸데없는 일이 아님을 스스로 되뇌었다. 이렇게 작은 일도 자기한테 익숙한 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느꼈다. 결과적으로는 회식은 잘 마쳤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들도 나누면서 팀원들과 조금은 인간으로 서로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피드백을 줬던 팀원은 내가 이렇게 빨리 변화를 시도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피드백을 주면서도 자신의 피드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1년간 나를 지켜보면서 내가 업무 외에 불필요한 일에 시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점에서는 자신의 피드백을 듣고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신기해 보인다고 했다. 




내 장점 중 하나는 누군가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조언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면 과거에 내가 어떠했든지 상관없이 그 즉시 변화를 시도한다. 이 같은 장점은 나를 가까이서 지켜본 여러 동료, 선배, 코치들의 한결같이 인정한 부분이라 나도 그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를 위해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조언해 준 사람들의 말을 따랐을 때 후회했던 적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에게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조언을 자주 구하지도 않는다. 특히 내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조언하거나 나를 평가하는 내용은 너무하리만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이따금씩 조언을 구하고 있다. 지금 떠올려봐도 내가 먼저 조언을 구할 만큼 신뢰하는 사람은 5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여하튼 퇴사 예정인 팀원이 내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고, 나는 그대로 따라보기로 했다. 이번 멘토링이 내 리더십 역할을 정립하는 데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 같은 변화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 리더로서 내 역할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뭐 인생도 리더십도 정답은 없으니 어떠한 방향으로든 일관성만 유지하면 괜찮겠다는 믿음이 있다. 혹여나 방향이 어긋나면 적절한 때에 적절히 방향을 잡아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으니.



 

리더 역할은 늘 어렵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이따금 나를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직책/직급이 높아진다고 하루아침에 리더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리더 역할을 잘하는 사람은 리더로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오면서 성장해 온 사람들일 것이다. 


아직은 회사에서 주어진 리더 자리가 내게는 벅차다.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할 좋은 기회이고 그런 측면에서 참 감사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또 어떤 피드백들로 내 리더십 역할을 채워나갈지 기대가 된다.


씐다는 분위기! (출처: DALL.E)


매거진의 이전글 응원받으며 일하는 기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