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전담을 하며 달라진 한 가지는
아이한테 화를 내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나는
누군가를 보다듬고 품어줄 여유를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가장 소중한 아이한테도 말이다.
요즘 내가 달고 사는 말은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아빠 말 좀 들어!"이다.
특히 지하철과 공연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
내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민망해 진다.
가끔 말을 너무 안 듣거나
내게 과격한 장난을 칠 때면
나도 모르게 '욱'하게 된다.
정색하며 소리치는 건 우습고
꿀밤을 때리고 후회한 적도 있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다.
회사 다닐 때에 퇴근하고 오면
아내와 아이가 종종 삐쳐있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아내를 나무랐었다.
"아이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른인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아이랑 똑같이 굴면 되니?" 같은 말이었다.
웃기게도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되었다.
재우기 전에 아이랑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면
공부하고 돌아 온 아내가 분위기를 풀어준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고생했다는 걸 알려주고,
내게는 아이들은 다 그러니 이해하자고 말한다.
분명 내가 매번 아내한테 했던 말인데
그 말을 도로 다시 듣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하다.
일과 육아를 모두 해본 입장에서
적어도 나는 육아가 훨씬 지치고 힘들다.
경험의 차이라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일은 잘하면 내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지만
육아는 어떻게 해도 주도권은 아이한테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도대체 얘는 왜 이러지?"라는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간다.
육아휴직, 이제 2주가 지났다.
소망대로 원 없이 아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이면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여행자처럼 살고 있다.
계획대로 놀이공원 연간이용권도 끊었다.
출근할 때는 아이와
하루 1시간 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12시간 넘게 붙어 지내고 있다.
추가로 육아의 힘듦 역시 몸소 느끼고 있다.
날마다 아이가 잠드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일명 '육아 퇴근'이라고 부르던데.
정시 퇴근보다 짜릿하고 소중하다.
아무리 아이와의 시간이 즐거워도
나 자신의 마음과 체력을 회복할
별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누군가 내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면
명품이나 현금은 필요 없고
하루만 아이를 돌봐주면 좋겠다. (제발!)
온종일 쉬면서 여유 좀 재충전하게.
휴... 육아휴직을 했는데
하루만 육아에서 휴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