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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Sep 13. 2024

'경력 단절'의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오늘도 반짝이고 숨 가쁘게 벅찬 날

육아휴직 기간 집중할 목표를 세웠으니

다음은 여유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가 온전히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0시간 남짓.

평일 하루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글 하나를 우 쓸 수 있는 시간.

그마저도 주중에 공휴일이 껴있거나

아이가 아파 등원을 못하게 되

그날 작업은 물 건너다.

휴직을 하면 많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유 시간이 너무 부족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보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육아로 지친 몸이 따라주지 못해서 포기했다.


불현듯 불안감에 휩싸여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이를 보려고 육아휴직을 결정하기는 했는데

정말 아이만 돌보고 휴직이 끝날까 두려워졌다.

'뭐라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사회에서 도태되면 안 되는데...'

'나중에 돈도 못 벌면 어떻게 하지...'


그러다 아내 생각이 났다.

내가 사회에서 한창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 있던 아내다.

내는 언젠가 "여보 부럽다"라고 한 적이 있.

내가 이번에 느낀 불안감을

아내는 벌써 몇 년째 달고 살아왔겠구나...

라는 생각 되뇌게 되었다.

자신은 육아로 인한 고됨과 불안 속에 있으면서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 주던 불쌍한 아내.

그리고 고마운 아내.


이렇게 불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아내가 샤인마스켓을 한 접시 가져다주고 간다.

"먹어"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생략된 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아마도

(이제 청승은 그만 떨고 포도나) "먹어" 였겠지?

포도를 한 입 깨물고 과즙이 입 안에 터질 때마다

두려웠던 마음이 평안한 마음으로 변해 갔다.

이것이 사랑의 힘?


그래! 뭐 대단한 일 이루지 못하면 어때.

휴직 덕분에 아이와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은가!


인생에 다시는 없을 소중한 기회를

사소한 욕심 때문에 불안하게 만들지 말자.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오늘은 여전히 반짝이는 날이고

숨 가쁘게 벅찬 날이니까.



* <오후의 카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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