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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Jan 02. 2025

육아휴직, 생각지 못한 결말

어쩌다 보니 신의 한 수

육아휴직을 4개월 만에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애초에 1년을 계획했었는데 말이죠. 하핫.


꿈같은 시간들이었어요. 아이와 둘이 여행을 다니고, 에세이도 여러 편 쓰고, 밤에는 아내 논문을 봐주었어요. 제 욕심보다는 아내와 아들을 응원하는 삶을 살았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더라고요.


육아휴직을 하면서 세 가지 목표를 세웠었어요. 나태해지지 않으려고요. 첫째는 아내 박사학위 받도록 외조하기. 둘째는 책 발간하고 작가 되기. 셋째는 조직에서 독립하기였어요. 하나하나 쉽지 않은 목표라 셋 중 하나만 이뤄도 육아휴직을 결정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여겼어요.


운이 좋게도 4개월 만에 두 가지 목표를 이루게 되었네요. 아내는 박사 논문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서 올해 2월에 박사학위를 받아요. 제 눈에는 그저 푼수 같은 예쁜 아내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모셔야 할지 감이 잘 안 오네요. 아내는 아직 박사 호칭이 낯간지러운가 봐요. 제가 "박사님~"하고 부르면 민망해하네요. 놀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하나는 제가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창업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 가지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먼 얘기라고 여겼어요. 그렇지만 예상하지 못한 기회가 찾아와서 속전속결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창업에 대한 얘기는 추후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할게요. 창업이 육아휴직을 4개월 만에 마치게 된 직접적인 이유예요. 아내는 제게 복수라도 하듯 "대표~"라며 놀리네요. 마찬가지로 저도 아직 호칭에 적응이 되지 않아 민망합니다.


아쉽게도 작가의 꿈은 조금 더 미뤄두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예비작가로서 흔적을 조금 더 남길 수 있었어요. 지난 3개월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아빠 육아휴직, 가정을 구하다!》라는 주제로 43편의 에세이를 썼어요. 구독자도 400명을 넘고, 오늘의 작가에도 소개되고,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배지도 달게 되었네요. 주변에서 제 글에 울림이 있다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 그래서 더 아쉽네요.


2025년, 저는 창업자로서, 아내는 박사로서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저희 가족은 서로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또 의지하면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보려고 해요. 성공하기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하고요.


결과적으로 육아휴직이 저희 가정에 큰 전환점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제가 사회적으로 쌓아 온 모든 걸 내려놓는다고 생각했어요. 불안하고 걱정스러웠죠. 그렇지만 모든 걸 내려놓으니 새로운 관계와 기회들이 우후죽순처럼 피어나더라고요. 먼저 비워야 새롭게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요즘 슬프고 우울한 소식이 가득하네요.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분들의 상심은 감히 공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기쁨을 함께 축하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슬픔을 위로하기는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아직 지혜가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올해에는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네요.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잘것없는 제 삶에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다정함 덕분에 제가 이렇게 용기 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인연이 닿 소중한 당신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겨울밤 달 옆에 다가온 토성 관측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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