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나의 힘!
'회사 망하면 어떻게 하지?'
창업하고 늘 불안했다.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도
주말에 아이와 놀고 있을 때도
머릿속에서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마주한 문제는 거대하고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책임은 무겁게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마저 불안하니
자존감은 점점 떨어져 갔다.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내가 무슨 창업을 한다고...'
벌써 후회가 밀려왔다.
오늘은 퇴근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눈치 빠른 아내가 다가와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네?"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음...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사실 집에 오는 동안 내가 지닌
특별함에 대해 고민을 했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그 특별함을 발판 삼아
지금의 불안을 견디고
조금씩 나아가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혼자서는
정리하지 못한 채로 집에 왔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어쩌면 내게 그런 특별함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짓눌려 있었다.
도와주겠다는 아내의 말에
별 기대 없이 질문을 던졌다.
"당신 보기에 내가 특별한 점이 있어?"
놀랍게도 아내는 바로 답을 줬다.
"당신은 편견이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사람이든 상황이든
긍정적인 면을 볼 줄 알아"
내가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질문을
아내는 단번에 정리했다.
아내는 잠깐 기다려보라면서
그림책 한 권을 가져왔다.
그 책에는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항상 긍정적인 면을 찾으라'는
교훈이 적혀 있었다.
아내는 그 장면을 보여주면서
"당신은 이미 특별한 사람이야"
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 뜨거운
어떤 감정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다.
그 감정은 고마움이었던 것 같다.
내 특별함을 알아봐 준 고마움.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준 고마움.
처음 사랑을 약속했을 때부터
한결 같이 응원해 준 고마움.
사실 창업하고 나서 SNS에
멋진 글을 남기고 싶었다.
아직 내세울 것 없는 회사고
내 마음은 늘 불안했지만,
마치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척
벌써 성공한 척 포장하고 싶었다.
겉으로 멋있게 포장하면
내 불안을 가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었다.
글은 몇 번이나 썼지만
결국 발행하지 않고 모두 지웠다.
그 글들에는 내가 없었다.
아내의 답변에 용기를 얻었다.
마주한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쓸데없는 말로 포장하지 않고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나 자신은 믿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아내는 점점 더 믿음이 간다.
아내가 지켜본 내 모습은
한번 믿어보려 한다.
아내는 나의 힘이다.
아내를 만난 건 내 평생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