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아니라 마음만 공감하면 된다
엘사에 푹 빠졌던 (지금도 진행 중) 5살 어느 날, 유치원 갈 때부터 신나서 가방에 넣고 가던 엘사가방이 있었다. 하원 후 친한 친구와 친구의 어머님과 함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엘사 가방을 들고 나타나니, 친구도 가지고 싶었더랬다. "엄마 나도 엘사 가방"이라는 아이 친구의 말에 즉각 아이에게 말했다.
"아인아, 친구가 엘사 가방을 들어보고 싶대. 잠깐 빌려줘"
"싫어"
"아인이는 많이 들 수 있으니까, 잠시 빌려줘"
"싫어"
나는 설득하고 아이는 요지부동 싫다고 하고, 친구는 울먹이고, 친구 어머님은 그 친구를 달래고 4명 모두 난감한 상황. 우리 아이가 한 번이라도 빌려주면 순조로운 상황이었다. 또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딸의 모습에 식은땀이 났다.
'말을 안 듣는 아이로 보면 어떡하지' '내 육아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어떡하지' 생각들과 아이를 더욱 다그치게 되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왜 그러는지 물어봐야지. 엘사 가방 나도 들고 싶었는데, 유치원에서 꾹꾹 참았단 말이야. 나도 오늘 처음 든 거란 말이야. 나도 시간이 필요해"
그때 느꼈다. 왜 빌려주기 싫은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묻지 않았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내 공감을 포갤 곳은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 즉 감정이다. 친구에게 물건을 빌려주지 않는 아이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때 아이의 마음을 알면 마음에는 금방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이 공감이다"
누구나 자기 마음이 공감을 받으면 아이는 자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빠르게 인정한다. 자기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기 마음이 온전히 수용되었다는 느낌 때문이다.
나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 전에 이미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를 내린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남에게 비치는 모습을 걱정하는 한 사람이었다. 아이의 울먹이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아이'의 존재를 인식했다. 전전긍긍하던 뒷목의 땀줄기가 식는 듯했다.
"아 오늘 엘사 가방 들고 싶었는데 계속 참았었구나. 정말 이걸 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엄마가 바로 친구에게 빌려주라고 했구나. 아인이에게도 시간이 필요했구나. 엄마가 미처 몰랐네"
조금 더 울더니 마음을 진정하고 친구에게 엘사 가방을 건네였다.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물론 다 빌려줄 필요는 없다. 이것도 우리 아이가 착한 아이로 비쳤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본인에게 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는 자기 마음이 온전히 수용되었다고 느낀 후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모든 상황을 흔쾌히 수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