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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야 May 20. 2021

정말 저, 이렇게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요?

결혼을 하고안 하고 가 문제가 아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요리 하나씩을 준비해 지오리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어버이날까지 엄마 손을 빌릴 수 없다는 취지였다. 

오래도록 요리다운 요리를 해보질 않은 나로서는 뭘 해야 하나 난감할 뿐이었다. 바비큐를 해 먹을 것 같으니까 파프리카 닭꼬치를 준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프리카와 파는 한 입 크기로 썰고 닭은 가슴살을 토막 내어 양념을 하면 될 테니까 간단하고 눈에 확 들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간단한 요리 같지 않은 요리를 하다 어설픈 칼질에 새벽 한 시 119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슨 대단한 요리를 한 것도 아니고, 꼬치에 끼울 파프리카를 썰다가 내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를 크게 베인 것이었다. 정말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새벽 한 시 베인 부분을 키친타월로 꾹 누르고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인대 손상이 있을지 모르니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인대 손상이요?"

"네. 인대 손상이면 수술하셔야 합니다."

아찔했다.

119 구급차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 진료를 보는데 다행히 인대에는 손상이 없어 소독하고 일곱 바늘 꿰맸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응급실 문을 나섰다. 

새벽 세시였다.

그때서야 혼자임을 깨달았다. 

피를 보는 순간 무서워 누구에게든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켰는데 새벽 한 시, 콩이네로 전화하기에도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침착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까운 응급실을 검색하고, 전화해 문의하고, 지금 생각하면 나 같지 않게 기특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혼자임이 느껴졌다.

느껴졌다. 쓸쓸했다거나 외로웠다는 것이 아니고, 혼자임이 느껴졌다.

새벽 찬 공기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혼자여도 괜찮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무서워 누구에게든 연락하려고 했지만, 혼자인 걸 인식하고 받아들이니 차분해지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개운함은 생각보다 괜찮은 경험이었다.




얼마 전, 배 과장님의 언니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전무님과 함께 조문을 다녀왔다.

회사로도 가끔 전화가 와 나랑도 유쾌한 통화를 하시곤 했던 분이셨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우시느라 결혼도 안 하시고 동생들만 챙기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면서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분의 장례식, 나로서는 더욱 애달프고 감정이 복잡했다.

얼마 전 혼자 119를 부르고 응급실에 갔던 일, 혼자여도 괜찮다고 느꼈던 그날의 감정들..

모든 것들이 나의 오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무님, 정말 저, 이렇게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요?"

무심결에 전무님한테 질문을 하고 말았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상주석에 배 과장님 아드님이 서 계셨다.

그리고 상복을 입은 배 과장님이 나오셨다. 많이도 우셨다. 

엄마 같은 언니를 떠나보내며 배 과장님은 많이도 우셨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 가 문제가 아니다. 

나의 장례식이 어떨까는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가 문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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