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툐툐 Apr 24. 2021

나는 나를 사랑해

이별 극복 일기 part 2.

자신이 왜 힘든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나를 칭찬해요. 대단하고 기특해요.

하지만, 너무 슬프고 힘들어요. 가슴이 갑갑하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요.

그래요, 감정이 힘든 건 본능이잖아요. 충분히 아파하고 보낼게요.


내가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막연히 그 사람을 잃어서만은 아닙니다.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나 자신이기도 해요.






1.

이게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났기 때문이라고 자책해요. 생물학적 나이만 먹었고, 직장 생활에서의 노하우만 늘었지, 사랑에 있어서는 너무 어려요.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창피해요. 10대 학생이 빨리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도 비슷할까요. 이렇게 사랑 경험을 또 하나 쌓았으니, 다음엔 더 낫겠죠, 그렇겠죠 뭐.


'사랑받을 가치가 없나 봐'라는 자존감 낮은 자아가 고개를 들어요. 아니,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 맞아요.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사랑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갈등 해결 능력 부족과 과도한 환경적인 스트레스라고요. 전자라고 착각하지 마, 너.


2.

정말 괜찮은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커요. 차라리 우리가 성별이 같았다면,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될 거라는 이상한 상상을 해요. 그런데 진심이에요. '더 좋은 남자 있겠지' 와는 조금 달라요. 이것도 제 착각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나와 인연이 끝났는데, 과연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게 되어 버린 것 아닌가요.


3.

사생활이 공적인 영역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돼요. 심신의 불안정함 때문에, 사람들한테 실수해서 미움받고, 회사한테서도 버림받을까 봐 무서워요. 공과 사 구분을 해놨기 때문에 그나마 영향을 덜 끼치고 있지만, 난 알아요. 영향 끼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을요.


어떤 돌발 상황에 대해서 압박을 더 많이 받고, 감정이 더 흔들려요. 오늘도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이성적으로 잘 해결했지만, 정말 힘겨웠어요. 그저께는 어떤 직원한테 내가 점심을 못 먹고 바빠서 예민했다고 바로 사과했어요. 어제는 병원 간다고 그러고 연차 냈어요.


지난 6 , 사회생활 능력과 업무 능력이 성장했으니, 나를 지킬 힘은 있어요. 조금 위태로울 때도 있지만,  정도  괜찮아요. 이럴 때일수록 일에 집중하고 똑띠 합시다.


4.

첫사랑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떠올라서 날 괴롭혀요. 미세한 불안 증세가 있어요. 가슴이 갑갑하고 눈물이 나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고 체할까 봐 회사에선 점심을 잘 못 먹겠어요. 신체에 힘이 없으니까, 정신도 덩달아 기운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 점심엔 레드불과 에너지바를 먹었어요. 물리적인 조치를 취해서, 신체라도 안정을 취하게 만들어야겠어요.


'왜 아직도 그러냐'라고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맙시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된 일이고, 지난 상처는 원래 아예 없던 것이 되진 않으니까요. 아픈 게 자연스러울지도 몰라요. 더 좋은 기억, 더 괜찮은 경험을 쌓아서 덧칠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에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정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